남녀 임금격차, 가장 큰 이유는 ‘그냥’

2015.05.25 21:57 입력 박병률 기자

지난해 시간당 임금 35.4% 차이… 10여년째 OECD 최고 수준

근속연수·직장 규모·교육 정도 등 ‘합리적 요인’은 38% 불과

한국 남성과 여성의 시간당 임금 격차가 지난 10년간 제자리를 맴돈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녀 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지만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그 격차가 더 확대됐다. 한국에서 유독 남녀 간 임금 차이가 큰 까닭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62.2%)이 근속연수, 교육수준, 직종 등에 따른 남녀 차이(37.8%)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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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성별 임금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4년 전체 임금근로자(전일제+기간제) 대상 남녀 월평균 임금 격차는 40.1%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자는 월 270만원, 여성은 161만9000원을 받았다. 남녀 간 임금 격차는 2004년 이후 점차 좁혀지며 40%대까지 내려왔지만 금융위기 때 42.0%로 다시 악화됐다. 2013년 이후 다시 40%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격차는 크다. OECD에 보고된 전일제 근로자 임금 격차(37%)보다 더 큰 것이다.

특히 남녀 시간당 임금차를 보면 2014년 여성은 1만381원을 받아 1만6077원을 받은 남성과의 격차가 35.4%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인 2004년(35.4%)과 똑같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여성은 남성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그나마 남녀 간 시간당 임금 차이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37.9%로 최대로 벌어졌다가 최근 좁혀지는 추세인 것이 위안이다.

한국에서 남녀 임금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남녀 간 특성 차이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정서적 남녀 차별의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통상 남성의 근속연수가 여성보다 많지만 이에 따른 임금 격차는 22.4%로 추정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큰 사업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임금차는 8.2%, 남성이 여성보다 대학교와 대학원 등 고등교육을 더 받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임금 격차는 7.2%였다. 남녀의 재직 업종 차이는 4.6%, 남성과 여성이 노조에 가입한 차이에 따른 임금 차이는 1.6%, 남성이 직업훈련을 더 받기 때문에 발생하는 임금 격차는 1.3% 정도로 추산됐다. 다만 전일제·시간제 등 근로시간 형태와 직종에 따른 차이는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이라고 딱히 손해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점을 모두 합치면 남녀 간 차이로 인한 임금 격차 요인은 37.8%에 불과했다.

반면 남녀 차별에 따른 임금 격차는 62.2%에 달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생산성보다 더 임금을 많이 받는 프리미엄이 3.9%, 여성이어서 생산성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 ‘여성손실분’이 58.3%로 추정됐다. 김난주 부연구위원은 “여성은 결혼, 임신·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근속연수가 남성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는 만큼 임금 차이가 과도하게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로의 중단 없이 경력 유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차별받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고용주, 근로자,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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