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30세대,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 됐다

2016.03.08 17:01 입력 조형국 기자

지난해 20∼30대 청년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처음으로 사상 감소했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나면서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전·월세 급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청년층 소비도 줄었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의 출현”이라는 청년들의 자조(自嘲)가 현실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팍팍한 생활에 내몰린 청년들의 표심이 야당의 ‘경제실정 심판론’과 결합할 경우 4월 총선에서 ‘청년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8일 통계청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31만6000원으로 1년 전 433만9600원보다 2만3000원(0.6%) 줄었다. 20∼30대 가구의 소득이 감소한 것은 2003년 가계동향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그간 20∼30대 가구 소득 증가율은 2011년 5.2%, 2012년 2.9%, 2013년 7.4% 등 꾸준히 늘어나다 2014년 0.7%로 급감한 뒤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청년 가구의 근로소득은 0.8%, 재산소득은 44% 줄었다. 청년층 소득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청년 취업률이 9.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 일자리에 머물거나 생계형 취업을 하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청년층의 신규채용 중 비정규직 비율은 64%로 2013년의 60%에 비해 늘어났다.

지난해 소득이 줄어든 연령대는 20∼30대뿐이었다. 40대 가구 월평균 소득은 495만9000원으로 2.8% 늘었고, 50대 가구는 505만5000원으로 2.0% 증가했다. 60대 이상 가구 소득(300만4000원)은 6.8%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청년층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335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0.9% 감소해 2003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하에서 월세가 폭등하면서 주거비 지출이 1년전보다 26.6% 급증하자 일상적인 지출을 줄인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을 위한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 등 보다 적극적인 소득 보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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