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대신 선발전으로 국가대표 뽑은 여자 탁구…올림픽 앞두고 ‘공정성 논란’

2020.01.20 21:15 입력 황민국 기자

퇴진 유남규 전 감독 ‘무한경쟁’

에이스 전지희 탈락 ‘이변’ 낳아

남녀 다른 방식 탓, 대안 찾아야

한국 탁구가 올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때아닌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도 손질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한탁구협회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유남규 전 여자탁구대표팀 감독(52)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개 모집을 진행한 끝에 추교성 감독 내정자(49)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복수의 지원자 심사를 대상으로 추 감독을 추천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체육회 최종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다만 이사이 포르투갈 곤도마르에서 도쿄 올림픽 단체전 예선이 열리면서 감독 내정자의 신분으로 선수들을 이끌어야 했던 것이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유 감독이 물러난 배경과 관련해선 논란이 이어진다. 유 감독은 지난해 4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부진하자 무한 경쟁을 선언하며 남녀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바꿨다. 이 지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빚어졌다. 도쿄 올림픽 메달권으로 평가받는 남자 탁구가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을 바탕으로 국가대표를 우선 선발한 것과 달리 여자 탁구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의 주인공을 가렸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의 벽조차 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자는 전략적인 판단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에 발목을 잡혔다. 세계랭킹 16위로 국내 최고의 에이스인 전지희(포스코에너지·사진)가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것이다. 중국 귀화선수인 전지희는 지난해 12월 종합선수권에서 개인단식과 여자복식, 단체전까지 모두 휩쓸면서 3관왕에 오른 선수다. 그런데 그가 두 차례 토너먼트로 진행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여론의 반발을 불렀다. 국가대표에 또 다른 중국 귀화선수 최효주와 이은혜(대한항공)가 자력으로 진출권을 따내면서 귀화선수 2명 제한 규정에 따라 전지희는 추천 선수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탁구계는 남녀 대표팀의 다른 선발 방식이 화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탁구계의 한 관계자는 “유 감독과 협회가 국가대표를 뽑는 과정에선 도쿄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야한다는 고뇌가 느껴진다”면서도 “공정성 시비를 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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