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인권법…정의·녹색당 ‘○’ 민주·통합당 ‘ ×’

2020.03.31 22:27 입력 2020.03.31 23:37 수정 김희진 기자

인권단체 ‘트랜스젠더 의제 각 정당 입장’ 이메일 설문

이미지 크게 보기

트랜스젠더 인권단체가 4·15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 트랜스젠더 의제를 질의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주요 정당들은 답변을 거부했다. 정의당, 녹색당 등은 트랜스젠더인권법 제정, 성중립화장실 설치 법제화에 찬성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은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에 맞춰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은 일상의 차별로 정체성을 숨기곤 하는 트랜스젠더 성소수자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국제적 기념일이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지난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41개 정당 중 e메일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25개 정당에 정책 질의서를 보냈고, 27일까지 회신하지 않으면 답변을 거절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미리 밝혔다. 그 결과 정의당, 녹색당, 민중당, 노동당, 기본소득당, 미래당, 가자환경당 등 7개 정당이 회신했다.

정의·녹색·민중, 성중립화장실·주민번호 난수화 ‘찬성’
민주·통합·민생·국민의당 등 18개 정당은 ‘답변 거절’
“성별란 때문에 투표 포기한 이들도…차별금지법 촉구”

질의서에는 트랜스젠더 인권 관련 질문 5가지가 담겼다. 트랜스젠더가 차별받지 않도록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트랜스젠더인권법 제정, 성별 이분법을 벗어나 주민등록번호를 무작위로 부여하는 주민등록번호 전체 난수화, 성별정정에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성별정정특별법 제정에 대해 동의 여부를 표시하도록 했다. 성중립화장실 설치 법제화, 성별정정 의료비 건강보험 급여화에 동의하는지도 물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법적 성별정정을 하기 위해선 신체 수술이 필요하지만, 의료비용은 모두 비급여 항목으로 개인이 부담하는 구조이며 이 때문에 트랜스젠더는 건강권을 침해받는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녹색당, 민중당, 노동당, 기본소득당 등 5개 정당은 5가지 항목에 모두 동의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기타 의견으로 “총선에서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한 공약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혐오행위 규제·처벌 법제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등을 약속한다”고 답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해 인권단체로부터 성소수자 군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이라고 비판받아왔다. 녹색당은 “성별·성적지향·성별표현 등이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성별정정 요건 완화 등이 주요 공약”이라며 “성별 이분법을 타파하고 누구나 정체성 그대로 존중받는 사회를 바란다”고 했다.

미래당과 가자환경당은 5개 중 3개 항목에만 동의했다. 미래당은 성별정정 의료비 건강보험 급여화에, 가자환경당은 주민등록번호 전체 난수화에 동의하지 않았다. 두 당 모두 성중립화장실 설치 법제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중립화장실은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로 트랜스젠더 성소수자가 기존 성별로 나뉜 화장실에 가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마감 기한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성소수자 문제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라고 표현해 성소수자·인권단체로부터 비판받았다. 통합당, 민생당, 국민의당도 답변하지 않았다.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는 “올해는 변희수 하사,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한 ㄱ씨 등 트랜스젠더 가시화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해”라며 “선거 과정과 정치권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어야 하며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인명부의 성별란을 삭제해달라며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선거인명부에는 성명·주소·성별 등 인적사항이 기재된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변호사는 “2014년 인권위 차별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응답자 3분의 1이 성별 정체성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투표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