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내가 보낸 e메일, 엉뚱한 사람에게 전송되다니
받는 사람의 e메일 주소를 분명히 입력했는데 엉뚱한 사람에게 내가 쓴 e메일이 보내졌다면 어떨까요? 요즘엔 이런 일을 쉽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20년 전에는 사용자가 e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는 등의 실수를 한 게 아닌데도 e메일이 엉뚱한 사람에게 전달돼 문제가 됐습니다.
2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내 마음의 속살’이 낯선 곳으로, 길 잃은 e메일>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잦은 ‘e메일 배달사고’ 때문에 사생활과 기업 비밀이 노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회사원 ㅈ씨(33)는 반년 동안 낯선 여성으로부터 안부와 집안얘기, 직장얘기 등 사적인 내용이 담긴 e메일을 받아왔다. 그는 ‘혹시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서 e메일을 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메일을 그 여성에게 보냈다. 그러나 그는 ‘웹메일에 등록한 주소록을 통해서 제대로 e메일을 보냈을 뿐 ㅈ씨에게 보낸 적이 없다’고 답했다. ㅈ씨는 메일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일어난 일로 보고 e메일 서비스회사에 문의했지만 메일 시스템은 전혀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사생활이 6개월간 노출된 해당 여성은 한동안 노이로제 증상을 겪었다고 합니다. 욕설이 담겨있거나, 사랑 고백이나 실연의 아픔을 토로하는 내용, 보험가입 축하인사 등의 e메일도 원래의 수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e메일이 잘못 배달되는 이유로 크게 3가지 원인을 꼽았습니다. 첫째는 인터넷 자체의 오류입니다. 파일을 일정한 크기로 나눠보내는 패킷 방식으로 e메일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ID 중 일부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각기 다른 서버의 데이터베이스에 속한 e메일 정보간에 연동 이상이 발생하는 시스템의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셋째는 방대한 회원 정보와 회원들이 보내는 e메일을 보관하는 하드디스크에 이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도 명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고, e메일 사용자들 항의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인한 피해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e메일 서비스업체의 이용약관 규정 때문에 피해를 배상받을 길도 없습니다.
특히 계약이나 기술과 관련한 업무용 e메일이 타인에게 잘못 전송되면 e메일 안에 들어있던 기업 비밀이 유출될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에 삼성그룹은 자체 삼성닷컴 서버를 통해 e메일을 사용하도록 사원들에게 권장했다고 합니다. e메일 크기는 최대 10킬로바이트(KB)로 제한하고, 이를 넘는 문서는 부서장의 검토를 거쳐 외부로 보내게 하는 등 엄격한 보안시스템을 운영했습니다.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e메일을 보낼 때 일반 파일은 10메가바이트(MB), 대용량 파일은 하나당 2기가바이트(GB)까지 첨부할 수 있도록 돼있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