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10명 중 4명 “1년간 실직 경험”…정규직의 9배

2021.01.17 16:10 입력 2021.01.17 20:16 수정 정대연 기자

국내 코로나19 첫 발병 후 1년 동안 비정규직 10명 중 4명이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실직 비율의 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비정규직 절반 이상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소득이 줄었다. 하지만 취약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책 수혜를 받은 경험은 정규직보다 적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지난달 말 전국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전체 응답자의 지난 1년간 실직 경험률은 17.2%로 고용형태에 따른 차이가 컸다. 정규직의 실직 경험률은 4.2%인 반면 비정규직은 36.8%에 달했다.

비정규직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지난해 4·6·9·12월 4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정규직의 실직 경험률은 3.5%, 4.0%, 4.3%, 4.2%로 별 차이가 없었지만 비정규직은 8.5%, 26.3%, 31.3%, 36.8%로 급증했다.

실직 경험은 사무직(7.0%)과 비사무직(27.4%), 300인 이상 사업장(11.0%)과 5인 미만(24.2%), 월 임금 500만원 이상(9.5%)과 150만원 미만(42.2%) 간에도 큰 격차를 보였다. 실직 사유는 권고사직(29.7%), 비자발적 해고(27.9%), 계약기간 만료(21.5%) 순이었다.

1년 사이 노동시간이 줄었다는 응답도 고용 조건이 열악할수록 높게 나타났다. 비정규직(44.8%), 비사무직(38.8%), 5인 미만(36.4%), 150만원 미만(53.1%), 여성(32.0%)에서 노동시간이 줄었다는 답변이 많았다.

실직과 노동시간 감소로 직장인 32.6%는 소득이 줄었는데, 응답률은 비정규직(55.3%)이 정규직(17.5%)보다 3배나 많았다.

사회안전망은 취약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실직을 경험한 사람 중 77.3%는 실업급여를 받은 경험이 없다고 밝혔다. 이 응답은 150만원 미만(92.6%), 5인 미만(87.5%), 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86.7%), 일용직(85.2%) 등에서 많았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정부의 방역조치로 문을 닫거나 영업이 제한되는 업종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이지만, 이곳 노동자 60%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최저임금의 70%라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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