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어디에? 사우디 왕세자 요트에 걸려있었다

2021.04.13 11:21 입력 2021.04.13 11:22 수정 이윤정 기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살바토르 문디’. 위키피디아

2017년 5000억원에 낙찰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살바토르 문디’가 최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MBS)의 요트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는 이 그림을 2년 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다빈치 사망 500주년 특별전 당시 모나리자 옆자리 전시를 요구했으나 무산되자 MBS 소유의 초호화 요트에 걸어뒀던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살바토르 문디는 지난해 말까지 사우디 신도시 네옴의 초호화 요트 정박지에 있던 MBS의 요트 안에 걸려 있었다. ‘고요’라고 이름 붙인 이 배는 헬기장 2개, 수영장 3개, 호화 선실 12개, 실내 등반벽 등을 갖춘 초호화 요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홍해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다가 최근 정비를 위해 네덜란드 조선소에 보내졌다. 요트가 유지보수를 위해 떠나기 직전 살바토르 문디는 사우디 내부의 비밀 장소로 옮겨졌다고 WSJ는 전했다.

그동안 살바토르 문디의 행방은 미술계에서 미스터리로 여겨졌다. 미술품 판매업자 케니 샤흐터는 2019년 6월 미술 온라인저널 아트넷에 살바토르 문디가 한밤중에 급히 사우디의 요트로 옮겨졌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미술계 관계자들은 스위스의 창고에 그림이 보관됐다고 주장하거나 사우디의 비밀 보관장소에 있다고 주장하는 등 그림의 행방을 두고 여러 설이 오갔다. 하지만 작품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해 MBS의 요트에서 이 작품을 본 사람은 WSJ에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스위스에 있지 않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살바토르 문디는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00만 달러(한화 약 5062억 원)에 낙찰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에 올랐다. 입찰은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자 MBS의 먼 친척인 바데르 빈 압둘라 빈 무함마드 왕자를 통해 이루어졌다. 루브르박물관이 작성한 살바토르 문디 감정서에서 소유주가 ‘사우디 문화부’라고 기록됐는데, 실 소유주는 MBS라는 게 미술계의 정설이다.

이 작품을 두고 프랑스와 사우디가 자존심 싸움을 벌인 정황도 포착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프랑스 관리들을 인용해 사우디가 2019년 루브르박물관의 다빈치 사망 500주년 특별전에 살바토르 문디를 대여하는 조건으로 모나리자 옆자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특수유리 보호장치에서 모나리자를 꺼내 이동시킨다는 개념 자체에 루브르박물관이 거부감을 보이면서 양국은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프랑스는 다양한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사우디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다빈치 사망 500주년 특별전에 살바토르 문디 전시도 무산됐다.

이후 사우디는 그림을 MBS 소유의 요트에 전시해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림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필라델피아 미술 전문가 스티븐 에리소티는 “만약 이 작품이 바다 위에서 계속 변화하는 온도에 노출됐다면, 500년 된 그림의 나무 층과 페인트 색소가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살바토르 문디는 경매 전에도 그림 속 예수의 얼굴과 옷의 일부를 비롯해 광범위한 복원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이미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이 요트 안에 걸려 있었어도 온도와 습도 조절이 엄격한 전시실에 따로 있었다면 손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에리소티는 추정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