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를 다시본다]뤼순감옥 간수 후손들

2004.04.07 18:54

일본에는 해마다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축제가 열리는가 하면 그의 업적을 연구하는 스터디그룹도 있다. 죽음 앞에서 당당했던 영웅적 면모와 함께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모색한 안의사의 사상에 선각자의 혜안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내 숭모자는 우선 안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뒤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 갇혔을 때 인연을 맺은 일본인 후손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 한국 역사 등을 통해 안의사를 알게 된 그룹 등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안중근의사를 다시본다]뤼순감옥 간수 후손들

이모부로부터 안의사의 얘기를 전해들은 가노는 ‘한국 내 마음의 고향’이란 책을 통해 안의사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한 안도 도요로쿠(고인)와 함께 ‘안중근연구회’를 설립, 일본내 안의사 연구의 불을 지폈다.

1985년 정식 설립된 안중근연구회는 매년 한차례씩 정기적으로 회합을 갖고 토론회 등을 통해 안의사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안중근 무죄론’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과 동양평화론’ 등 안의사와 연관된 각종 테마가 논의 대상이다. 지난 3월1일에는 ‘한국 젊은이들의 사회관 변화’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을 키워 나가고 있다. 현재 회원은 44명으로 대학교수를 비롯해 성공회 신부, 각본가, 신문기자, 기업인, 대학생, 자영업자 등 참석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안의사에 대한 존경이 남다른 야기 마사즈미 다이헤이요산업 회장(78)의 할아버지도 뤼순 감옥의 또다른 간수였다. 그는 지난해 조부가 안의사로부터 받은 유묵 ‘언충신행독경만방가행’(言忠信行篤敬蠻邦可行·말이 성실해 믿을 만하고 행실이 돈독 경건하면 오랑캐 나라에서도 이를 따른다)을 한국에 기증했다.

구마모토현 기쿠치시 직원인 쓰루 게사토시는 개인적으로 안의사를 연구하고 있는 인물. 한국의 안중근기념관에서 안의사의 행적과 글을 보고난 뒤 매료됐다. 이후 안의사가 거사를 하기까지의 인간적인 고뇌의 발자취를 추적한 ‘천주교도 안중근’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작가인 가네시타 다쓰오도 안의사를 소재로 한 ‘간카’(寒花)라는 공연 작품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안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뒤 감옥에 갇히고 사형선고를 받고 순국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으며 97년 도쿄에서 초연됐다. 당시 이 저작물은 일본의 영웅이었던 이토를 저격한 범인을 고결한 인품의 영웅으로 묘사, 일본 내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일본인들에게 “역사를 더듬다 한 매력적인 인물을 만났을 뿐”이라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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