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죽음, 남겨진 슬픔

下. 美·佛의 경찰·소방관 처우

2006.07.23 18:10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의 소방관과 경찰은 살아서는 존경의 대상이요, 죽어서는 영웅이다. 이는 높은 자긍심과 안정된 보수, 사후 유가족에 대한 빈틈없는 지원책에서 나온다. 특히 유가족들은 지원책보다는 끝없이 기리고 추모하는 사회 분위기에 더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3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지난달 29일 전국 순직소방관기념관에 조기가 내걸렸다. <미국 메릴랜드주 에미츠버그>

3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지난달 29일 전국 순직소방관기념관에 조기가 내걸렸다. <미국 메릴랜드주 에미츠버그>

◇살아서는 존경의 대상=인기 드라마 ‘sex and the city’에서 보듯 미국에서 젊은 소방관의 인기는 대단하다. 이는 육체적인 매력과 함께 지적인데다, 금전적으로도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정의로움이 주는 당당함도 빠질 수 없다. 그만큼 미국 소방관은 철저한 엘리트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까다로운 채용시스템이 보장한다. 6개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면 매년 지원자의 60%만 살아남는다. 신체적 능력 측정과 함께 필기시험, 대인관계, 팀워크, 규정에 대한 적응성 등 글로벌기업의 선발과정을 방불케 한다.

프랑스 소방관도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직업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98%가 소방관이 가장 믿음직하다고 답했다. 이직률도 낮아 퇴직 때까지 종신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피곤한 직업이지만 소방관들의 직업만족도가 95%에 달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보통 700~800명을 선발하는 직업소방관 시험에 8,000~9,000명이 몰려 경쟁률이 10대 1을 훌쩍 넘어선다.

◇죽어서는 영웅=1992년 의회가 만든 전국순직소방관재단(NFFF)이 영웅 만들기의 핵심이다. 정부 보조금과 개인, 사회단체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이 조직은 매년 기념주간을 정해 전국적인 순직 소방관 추모를 주도한다. 올해는 10월 7, 8일이다. 이날에는 지난해 숨진 104명의 소방관 이름이 전국 소방관 기념관에 헌액되고 조기가 내걸린다. 할 브루노 NFFF 이사회장은 “기념 주간행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순직의 고귀함을 알리고 있다”며 “전국민이 이들을 기림으로써 유족들은 정서적 지지(emotional support)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의 경우 ‘경찰유가족연대(Concerns of Police Survivors)’가 매년 5월 전국 경찰주간을 정해 추모행사를 주관한다. 경찰관은 매년 140~160명이 숨진다. 또 워싱턴의 전국법집행공무원기념관에는 1792년 이후 숨진 1만7천5백여명의 경찰관 이름이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프랑스의 순직소방관 장례식은 원칙적으로 내무부장관이 주재한다. 그러나 2002년의 로리올 쉬르 드롬사건처럼 순직자가 여러명일 때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 국가적 추모행사로 격상된다. 유해는 가족들이 원하는 곳에 안장되고 훈장이 수여된다. 현장사망에는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가, 다른 사망자의 경우는 드골 대통령이 제정한 공로훈장이 수여된다.

◇끝없는 추모행렬=미국 메릴랜드주 에미츠버그의 전국소방학교 캠퍼스에는 1981년 건설된 뒤 90년 국립기념관으로 격상된 전국순직소방관기념관이 있다. 소방관들의 상징인 청동 ‘몰타 십자가’와 꺼지지 않는 불꽃, 그리고 순직 소방관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또 ‘영예의 길(walk of honor)’에는 추모문구와 함께 기부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들이 깔려 있다. 이곳 관계자는 “매년 수천명이 이 곳을 찾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버린 이들에게 고개를 숙인다”며 “1년에 100여명이 숨지니 3~4일에 한번씩 조기가 내걸린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매년 6월 세번째 토요일을 ‘소방관의 날’로 정해 중요 도시와 각 소방서에서 기념식을 연다. 올해는 지난 6월17일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소방관들이 파리의 개선문에서 기념식을 열었고 각 중요도시와 소방서에서도 같은 행사를 치렀다. 전국민의 애도와 추모는 당연한 일이다.

◇유가족에겐 삶의 보장과 자긍심=순직자 발생시 해당부서 직원이 급파돼 유가족을 접촉해 국가의 지원책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들은 신청을 위한 각종 서류 작성을 돕는다. 장례절차가 끝나면 순직 일시 지급금(one-time death benefits)과 유가족 장학금이 지급된다. PSOB(Public Safety Officers’ Benefits) 프로그램에서 순직시 28만3천3백달러(약 2억8천만원)가 지급된다. 또 교육지원금으로 학생 1인당 827달러가 주어진다. 매년 10월1일 기준 물가를 반영해 지급됐지만 2003년 말 부시 대통령의 ‘순직 유가족 복지 법안’ 서명으로 액수가 크게 확대됐다. 이외에 구조에 따른 심장마비나 뇌출혈까지 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포함시켜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또 NFFF는 ‘소방 유가족 네트워크’를 운영, 외상증후군 등 정신적인 상처 극복에도 나서고 있다. 이외에 뉴스레터 ‘The Journey’를 통해 아빠에 대한 회상과 추억나누기를 통해 자긍심과 가족간의 유대를 이어주고 있다. 또 ‘스러진 형제들(Fallen brothers) 재단’은 각종 수익사업을 통해 아이들과 유가족을 돕고 있다.

프랑스는 내무부 시민안전보호국이 장례식, 훈장 수여, 보상금·연금 지급 등 모든 업무를 일괄 처리한다. 보상금과 연금은 순직자의 결혼 여부, 자녀 유무에 따라 차등적이다. 보상금은 통상 45개월치 월급을 3번에 걸쳐 부인(3분의 1), 아이들(3분의 2)에게 차등 지급된다. 연금은 월급의 80% 정도로 부인 사망이나 재가시까지 지급된다. 부상자들은 부상 정도에 상관 없이 치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부담하며 치료기간에도 월급은 전액 지급된다. 이외에 정부가 유가족 심리상담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민간단체들도 순직자 자녀들을 위해 교육비와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워싱턴|권석천특파원·파리|심성은통신원〉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