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속 수학이야기

(45)에셔와 테셀레이션

2007.12.04 09:27

미술가 중에서 수학적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사람은 아마도 에셔(1898~1972)일 것이다. 그는 평면을 규칙적으로 분할하는 현대적 테셀레이션의 아버지로 인정받고 있다.

먼저 그의 생애를 간단히 살펴보자.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her)는 1898년 네덜란드에서 토목기사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수학과 과학을 잘 하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의 과학적 태도와 관찰력을 물려받았다. 에셔는 고등학교 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였으며, 그의 재능을 인정한 미술 교사는 그에게 판화를 가르쳤다. 1919년에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갔으나 그의 작품을 본 담당 교수의 권유로 그래픽 아트에 전념하게 된다. 1922년 말에 스페인의 그라나다(Granada)에서 14세기 이슬람 궁전인 알함브라(Alhambra)를 방문하였으며, 1936년에 한 번 더 알람브라를 방문한다. 여기서 그는 알람브라 궁전의 평면 분할 양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그는 훗날 “(알람브라 분할 양식은) 지금껏 나를 사로잡아온 가장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1924년에 결혼하여 로마에 정착하였으나, 1934년 무솔리니의 파시스트가 득세하는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을 견디지 못해 이탈리아를 떠나게 된다. 그후 그는 스위스에서 2년, 벨기에에서 5년을 보낸 뒤 1941년 네덜란드로 돌아가서 뿌리를 내린다.

1937년에는 지금도 수학 문제 해결로 유명한 폴리아라는 수학자가 스케치한 17개의 벽지 디자인을 접하게 된다. 에셔는 폴리아의 패턴 유형에 관심을 가졌으며, 그러한 패턴에 깔린 규칙을 알고싶어 했다. 그는 폴리아와 하그의 논문을 바탕으로 많은 실험을 거듭하여 규칙적인 평면 분할, 즉 테셀레이션을 개발하여 테셀레이션의 아버지로 인정받게 된다. 그후 에셔는 죽을 때까지 평면의 규칙적인 분할에 관한 법칙에 몰두하게 된다.

에셔는 반복되는 기하학적 패턴을 이용하여 대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테셀레이션 작품을 많이 남겼다. 테셀레이션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테셀레이션이란 동일한 모양을 이용해 평면이나 공간을 빈틈이나 겹쳐지는 부분 없이 채우는 것을 말한다. 욕실의 타일이나 보도블록이 테셀레이션의 예인데, 벽지나 전통 문양에서도 테셀레이션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의 정다각형으로 테셀레이션이 가능한 도형은 다음과 같이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의 3가지가 있다.

[예술속 수학이야기](45)에셔와 테셀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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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가지 이상의 정다각형을 사용하면 좀더 다양하게 테셀레이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삼각형과 정육각형으로 테셀레이션을 할 수도 있고, 정육각형과 정사각형, 정삼각형을 이용하여 테셀레이션을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몇가지 정다각형으로 만들어진 것을 아르키메디안 테셀레이션이라고 하는데, 모두 8가지가 있다.

[예술속 수학이야기](45)에셔와 테셀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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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모양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이런 기본 도형을 이용하여 적당히 자른 다음 평행 또는 회전이동하여 붙이면 더욱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에셔는 이동, 대칭, 회전 등에 의해 가능한 여러가지 유형을 연구하였다. 그래서 테셀레이션은 예술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대칭이동, 평행이동, 회전을 포함하는 합동 개념, 각의 크기 등을 학습할 수 있는 훌륭한 수학적 소재를 제공해 준다. 그런 이유로 인해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테셀레이션이 교육과정의 일부로 도입되어 다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옮기기, 돌리기, 뒤집기 등의 내용과 관련하여 초등학교에서부터 다루어질 수 있다.

에셔는 수학적 소재라 할 수 있는 테셀레이션을 예술적 경지로 발전시켰다. 에셔는 평면의 규칙적 분할에 대해서 ‘수학자들은 그 미지의 영역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열어 놓았지만 문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수학자들은 문을 여는 방식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문 뒤에 있는 풍경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시적으로 수학자들을 비판하였다. 에셔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면 분할이라는 문으로 들어가서 아름다운 풍경(새, 물고기, 도마뱀, 사람, 나비 등)을 창조한 예술가인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수학자와 교육자들이 그의 작품에 매료되어 그의 작품 속에서 수학적, 교육적 의미를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에셔의 작품은 매우 세밀한 선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공간과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그런 공간들이다. 다시 말해서, 에셔는 자기 주변에 있는 것을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의 눈으로 얻은 영감을 그린 것이다. 그는 평생 동안 448개라는 많은 판화를 만들고 2000개가 넘는 스케치를 그렸다.

그의 작품 중에서 1943년에 만든 <도마뱀>은 개구리 모양으로 채워진 테셀레이션을 배경으로 하여 도마뱀이 2차원 평면에서 나와 3차원 공간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2차원 평면으로 되돌아가는 순환 과정이 표현되어 있다. <낮과 밤>(1938), <물고기와 새>(1938), <높고 낮음>(1947)과 같이 서로 대립되는 개념들을 테셀레이션 기법을 이용하여 잘 조화시킨 것도 그의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작게 더 작게>(1956)와 <천국과 지옥>(1960)을 포함한 많은 작품에서 에셔는 테셀레이션 기법은 물론 프랙탈의 아이디어도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에 만델브로트가 프랙탈 기하학에 대한 이론을 전개했으니, 에셔는 뛰어난 미술가이기도 하지만 시대를 앞선 창조적 기하학자였는지 모른다.

[예술속 수학이야기](45)에셔와 테셀레이션

〈자료제공|김정하·인천건지초등학교교사〉
〈그림|김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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