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70대 2명 일본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긴 싸움 시작’

2013.08.18 22:18
장은교 기자

일본 법원들 기각·패소 판결

유사소송 4~5건 국내 진행 중

일본과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외롭고 긴 싸움은 1997년 두 노인이 일본에서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올해 구순이 된 여운택씨(당시 74세)와 신천수씨(당시 71세)는 1997년 12월24일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와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법을 위반하고 불법행위를 했으니 손해배상금과 강제노동 기간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였다.

두 사람은 1943년 9월 오사카제철소에서 2년간 기술을 배우면 한국 제철소에 기술자로 취직할 수 있다는 신일철주금의 광고를 보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광고와 달리 그들은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기술습득과는 거리가 먼 고된 노역에 시달렸다.

2001년 3월 오사카지방재판소는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인 오사카고등재판소도 2002년 11월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고,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원고 최종 패소를 선고했다.

16년 전 70대 2명 일본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긴 싸움 시작’

여씨 등은 다른 징용 피해자 두 명과 함께 2005년 2월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과 2심인 서울고법은 일본 법원의 확정판결을 근거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와 한국 하급심의 판결을 모두 뒤집고 원고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일제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여씨 등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신일철주금은 1인당 1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여씨 등이 일본에 처음 소송을 제기한 지 16년 만이다. 신일철주금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고법 환송심 판결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도 지난 7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부산고법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미쓰비시중공업의 징용 피해자들도 배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밖에도 4~5건의 유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곽모씨 등 피해자 8명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에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등 30명이 일본 군수업체인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추가 소송도 광주지법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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