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퍼거슨 사태'...2005년 소요 빌미줬던 경찰관들 "무죄"

2015.05.19 16:44 입력 2015.05.19 21:42 수정

2005년 프랑스 파리 북부 교외지역에서 발생한 소요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경찰관들에게 프랑스 렌 경범죄법원이 18일(현지시간) 무죄를 선고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비무장 흑인 청소년을 사살한 백인 경관이 무죄를 선고받아 거센 반발을 샀던 미국 ‘퍼거슨 사태’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시 소요사태는 아무 잘못 없는 흑인 이민자 소년 2명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한 사건으로 촉발됐다. 2005년 10월 북아프리카 이민자가 몰려사는 파리 교외 클리시-수-부아에서 10대 소년 부나 트라오레(15)와 지에드 베나(17)는 변전소 담을 넘다가 감전돼 사망했다. 이들은 그날 축구 경기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때 마침 경찰관 두 명이 순찰차를 타고 소년들 주위를 지나갔다. 소년들은 아무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경찰차를 보고 무작정 도망쳤고, 경찰도 아무런 이유 없이 이들이 달아나자 무리한 추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은 그동안 소년들이 위험한 곳으로 도망친 사실을 알면서도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날 법원은 “경찰들은 그들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경찰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숨진 소년의 가족인 아델 베나는 이날 판결에 대해 “정말 실망했고 역겹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당시 소년들의 죽음은 프랑스에 만연했던 인종차별과 만성 실업 등 이민사회의 사회적 불만을 폭발시켰다. 두달 가량 지속된 소요사태로 300여채의 건물과 1만여대의 차량이 불탔고 3000여명이 체포됐다.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소요를 계기로 프랑스 정부는 이후 이민자가 모여 사는 대도시 교외 지역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수억 유로를 투입했으나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1월 파리 연쇄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 극단주의자 쿠아치 형제와 아메디 쿨리발리 역시 각각 알제리와 아프리카 이민자 후손으로 모두 파리 교외에서 살면서 급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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