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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은 기성세대에게…“체념 말라” 훈계만 말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2015.09.04 20:59 입력 2015.09.23 09:32 수정

“청년들이 ‘살기 힘들다’ 외치면 정상적 사회라면 ‘뭐가 힘드냐? 어떻게 고칠까?’하고 반응해야 한다. 헬조선의 486세대는 ‘내가 20대였을 땐 말야’라고 훈계하고, 그 윗세대는 ‘북한 가라’고 말한다.”

청년세대의 절규를 귀담아듣지 않는 기성세대의 태도를 풍자하는 유머다. 기성세대는 ‘헬조선’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

사회학 연구자 류연미씨는 “헬조선의 시대적 의미는 사회의 붕괴 사실을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류씨는 “ ‘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의 붕괴는 IMF 무렵 이미 끝났다. 공동체가 무너져도 사회는 기능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신자유주의가 요구하는 ‘각자도생’도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중 하나”라면서 “ ‘헬조선’이란 더 이상 각자도생을 통한 생존도 불가능하며 그것은 내 노력 부족이 아니라 이 국가의 문제 때문이라는 인식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류씨는 “하지만 저항 대상이 한국사회 자체가 됐을 때 실천방식은 굉장히 어려워진다. 무엇을 문제로 삼을지조차 막막해진다”고 말했다. ‘헬조선’이 개인적 ‘탈출’이나 상호파괴를 뜻하는 ‘죽창’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한국의 청년세대는 일본의 청년세대와 곧잘 비교된다. ‘사토리(득도)세대’를 ‘달관세대’로 번역해 국내 청년들에게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사회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지원씨는 “한국과 일본의 청년들은 처해 있는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 ‘사토리세대’는 자본주의나 일본 특유의 전통적 위계 질서를 따르지 않겠다는 ‘체제 밖 저항’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개인이 먹고살 최소한의 시스템은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ㄱ씨는 전업작가가 되거나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길을 포기하고 계약직 사무직으로 일하는 길을 택했다. 돈은 1인의 생계만 해결할 정도로 벌고 창작은 취미로만 남겨두려 했으나 이달 말 계약해지로 실직자가 됐다. 박씨는 “헬조선의 문제는 다양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학준 아르스프락시아 연구원은 “ ‘헬조선’이 ‘세대전쟁’으로 갈 가능성이 있지만, ‘자조’ ‘체념’ 등의 정서를 유발할 조건도 충분하다”며 “기성세대가 할 일은 ‘체념하지 말라’고 질타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이경준씨는 “세대전쟁이 이상한 양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다. 기성세대가 고생한 거 안다. 고생대결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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