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우리도 여성 국방장관을 상상해 보라”

2016.10.15 17:10

* 김종대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 여군 비율 30%까지 확대 공론화 추진

1958년생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 독일 니더작센 주의원, 메르켈 행정부 1기(2005~2009) 가족여성부 장관·3기 노동사회부(2009~2013) 장관.

2013년 12월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의 이력이다. 메르켈 총리가 폰 데어 라이엔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은 예상치 못한 인사였다. 폰 데어 라이엔은 ‘저출산 해결’이 전문분야였다. 본인이 7남매의 어머니로, 노동부 장관 시절 남성 2개월 육아휴직 제도와 육아휴직 여성에게 임금의 67%를 보조하는 법안을 이끌어냈다. 반면 군 경험은 전무했다. 메르켈 총리는 “노동부 장관 시절 보인 중재·교섭 능력이 유용하게 발휘될 것”이라며 그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은 “독일 연방군을 독일에서 가장 매력적인 직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종대 정의당 의원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세계적으로 여성 국방장관 드물지 않아”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이 지휘하는 독일군은 유럽 안보의 중심으로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병력상한선 18만5000명을 해제했다. 1990년 통일 이후 처음으로 병력감축에서 증대로 기조를 바꿨다.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것이었다.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은 지난달 유럽연합(EU) 국방장관 회의에서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별도로 유럽의 독자적 군 지휘체계를 창설하자고 주장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알바니아(미미 코델리), 네덜란드(헤니스 플라셰르트), 노르웨이(에릭센 쇠레이데), 이탈리아(로베르타 피노티)의 국방장관도 모두 여성이었다.

“여성 국방장관은 군의 문민통제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 중 하나입니다. 여성 국방장관을 꿈꿀 수 있어야 미래가 열립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말이다. 김 의원은 여성 국방장관이 가능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여군의 비율을 30%까지 늘리는 것을 20대 국회에서 공론화히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여성 국방장관을 “한국에서는 좀처럼 하기 힘든 상상”이라고 표현했다. 세계적으로 여성 국방장관은 드물지 않다. 유럽 밖에서도 호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국방수장은 모두 여성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성 국방장관을 상상하려면 두 가지 고정관념, ‘여성’과 ‘민간인’을 넘어서야 한다. 정부수립 이후 현재까지 한국의 국방장관은 전부 군인 출신이다.

분단국가의 특수성 때문일까. 김 의원은 “국방부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치권력이 국민을 대리해 군을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국방부가 군을 대리해 국민을 통제하는 기관으로 왜곡된 상태로 존재해 왔다”며 “시민을 대리해 군을 통제한다는 의미에서 민간인이 장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는 행정·지원·정책부서이지 전투조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군인 출신 장관이 국방부를 맡아야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고 안보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믿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곳은 합동참모본부입니다. 국방부는 군인 출신의 직업적 편견을 완화하고 보완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방부를 맡아야 군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시민의 상식으로 군을 통제하는 것이 국방부의 전문성이다. 병영 내 가혹행위, 방위산업 비리, 군인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 등 군이 시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시민적 전문성이 있는 장관이 아니라 군의 조직논리에 체화된 사람이 계속 국방부를 이끌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여군 자체의 증원도 국방개혁의 핵심으로 꼽았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2025년까지 여군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023년부터 현역 모집 인원보다 입영 대상자 수가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다. 신규 첨단무기를 도입하고 사병을 감축하고 간부장교를 증원하는 등 군 조직을 정예화·슬림화된 형태로 21만8920명을 유지한다는 것이 국방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의원실 자체 분석에 따르면 각 군의 병력 요청 현황은 국방부 계획보다 1만200명(2.4%) 웃돈다. 새로운 군 조직의 핵심이 될 간부 장교 인재를 선발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안으로 여군 확충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지난 6월 기준 여군은 총 1만263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간부의 5.5%로, 장교(준사관 이상)는 7.4%이다.

여성을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보고 군 조직에 흡수시키자는 담론이 여성에게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김엘리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 특임교수는 2015년 <사회의 역사> 106집에 실린 ‘여성군인의 우수인력 담론’에서 “군은 필요에 따라 여성을 (군대 혹은 남성과) 분리시키기도 하고 통합시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여군에게 성별을 초월한 작전·지휘능력·강인함 등과 동시에 여성의 꼼꼼한 능력이나 보살핌 등 ‘여성적 역할’도 함께 요구한다. ‘친누나 같은 소대장’의 역할을 요구받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여군은 능력 있는 우수한 군인으로 소환돼 젠더화된 여성군인으로 조율된다.”

지난 1월 4일 올해 첫 입영행사가 열린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입소하는 여군 부사관후보생들이 부모님에게 거수경례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지난 1월 4일 올해 첫 입영행사가 열린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입소하는 여군 부사관후보생들이 부모님에게 거수경례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전투조직이 군사력의 전부가 아니다”

그 결과 여군이 병영문화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혹한 병영문화의 희생이 되기 쉽다. 2012년 여성정책연구원의 ‘여군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군의 11.9%가 성희롱을 경험했고, 41.3%가 주변 여군의 성희롱을 인지했다. 반면 2014년 10월 국방부가 전체 여군을 대상으로 ‘성범죄 피해 특별신고’를 받은 결과 단 3건의 신고만 접수됐다. 올 상반기 성범죄 가해자로 군사법원에서 입건된 경우는 29명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 내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여군의 숫자가 오히려 너무 적기 때문이다. 여군이 군 전체 조직의 30%가 돼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고 조직도 바뀐다”고 말했다.

여성 징병제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서 여성 징병제를 포함한 징병제 부활 논의가 일고 있다. 테러·러시아의 위협 등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른 조치다. 난민 문제 등으로 극우의 입김이 세지고 사회불안 분위기가 조성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김엘리 교수에 따르면 모병 형식의 한국 여군은 그마저도 폐지될 뻔한 적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국회·군 수뇌부가 나서서 ‘여군 무용론’을 내세웠는데, 남성 병력자원이 충분했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은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이 더 중시됐기 때문이었다.

김 의원은 “북유럽에서 징병은 일종의 상호부조적 안보공동체로서 기능한다. 한 마을 젊은이들이 다 함께 입대해 그 마을을 지킨다. 생활공동체와 군복무 공동체가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징병제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내가 모르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오히려 생활공동체로부터 젊은 남성들을 떨어뜨려 놓고 고도로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여성까지 징집대상이 되면 공동체 파괴현상이 더 가속화돼 우리 실정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급격한 병력자원 감축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사병 처우를 개선시키고 모병제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당 차원의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전투조직이 군사력의 전부가 아니다. 전투만 하더라도 지휘·보급이 필요하지만 군을 지원하는 행정·정책부서와 군무원 등의 조직이 합리적으로 잘 돌아가야 튼튼한 국방이나 군사력이 가능하다”며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군인이 아닌 국방 관련 민간인 연구자들의 성비 현황을 조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 적다는 것은 폐쇄적 조직문화의 결과다. 군을 둘러싼, 군과 함께 한국의 안보를 담당하는 모든 기관이 합리적 조직문화와 운영체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의 비율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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