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총리 권한 100% 행사…야당이 안 받아주면 그대로 수용”

2016.11.03 22:22 입력 2016.11.04 01:22 수정
이지선 기자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입장 발표 기자 간담회

경제·사회 전반 ‘내치 총괄’ 뜻…야당 향해 ‘인정’ 호소

대통령 주도 개헌·교과서 국정화 등엔 반대 의견 밝혀

<b>김병준 지명자에 쏠린 눈</b>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준 지명자에 쏠린 눈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62)가 3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치에서 손을 떼고 2선 후퇴한 뒤 자신이 책임총리로서 경제·사회 정책 전반을 총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헌법상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의 역할과 국정운영 구상을 피력하면서 ‘11·2 개각 무효’ 입장인 야당에 인정해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 김 지명자는 “그러고도 저를 받아주시지 않는다면 그 뜻을 수용하겠다”고 밝혀, 야당의 ‘최종 반대’가 확인될 경우 물러날 의사도 밝혔다.

김 지명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국정이 단 하루도 멈춰선 안된다”며 총리직 수락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사회 정책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박 대통령에게 제게 맡겨달라고 했다”며 “대통령이 완전 유고 상태는 아니지만, 경제·사회 분야 통할은 저한테 맡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무총리가 ‘내치’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갖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헌법에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돼 있고, 국무위원 해임 건의, 행정 각부의 장에 대한 임명제청권 등이 명시돼 있다.

그는 야당이 ‘개각 무효’라고 반대하는 것에 대해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회와 여야 정당은 국정동력의 원천이고, 이 원천으로부터 동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국정의 불은 꺼지게 된다”고 말했다. 상설 협의기구를 통해 여야와 협의하면서 자연스럽게 거국중립내각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일부 현안에 대해선 박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제안한 ‘임기 내 개헌 완수’에 대해선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옳지 않다. 국회와 여야 정당이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선 “교과서 국정화라는 게 합당하고 지속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본질은 대통령의 권력과 보좌체계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며 “이는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서 메커니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문제를 두고는 “대통령의 당적이 국정의 발목을 잡으면 총리로서 탈당을 건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같은 구상을 여야에 충분히 설명하되 “그러고도 저를 받아주시지 않으면 당연히 그대로 두말없이 수용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지명자직에서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간담회 내내 김 지명자는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혔다. 개헌 질문이 나오자 기자회견장을 떠나려다 다시 앉아서 답변하는 등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즉답했다. 박 대통령의 총리직 지명을 수락한 것이 “‘노무현 정신’에 부합한다고 본다”며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이쪽, 저쪽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국가, 국정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취 문제에 대해선 “책임과 역사적 소명을 다하겠다. 그렇지 못하는 경우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울음의 의미에 대해선 “왜 그랬는지(눈물을 흘렸는지) 잘 모르겠다”며 “다만 참여정부에서 하고 싶었던 것을 다 못했고, 늘 가슴이 아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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