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미르·K재단 모금 관여’ ‘연설문 전달 경위’ 집중 조사할 듯

2016.11.03 22:31 입력 2016.11.03 23:46 수정

박 대통령 검찰 수사 임박 …어디까지 조사 받을까

최순실과 관계 규명 핵심…서면·방문 조사 가능성

박 대통령 정호성·안종범에 직접 지시 의혹 밝혀야

<b>“뭔가 반드시 나옵니다”</b>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폰으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하 의원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이 있다고 썼다.                   헤럴드경제 제공

“뭔가 반드시 나옵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폰으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하 의원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이 있다고 썼다. 헤럴드경제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 수용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 어떤 내용에 대해 조사를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서 빠진 채 완성될 수 없는 구조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 대다수의 의견이다. 국정 마비 사태를 몰고 온 ‘희대의 사건’인 만큼 실체적 진실을 최대한 규명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다. 박 대통령이 재단 강제모금에 관여하지 않았고, 기밀로 볼 수 없을 정보들을 유출했더라도 검찰 수사는 필연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사가 현실화되면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검찰 수사를 받는 ‘오명’을 쓰게 된다.

3일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사 방식은 소환조사보다 서면이나 방문 조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2월 ‘BBK 사건’ 관련 특별검사팀을 총리공관에서 만나 조사받은 바 있다. 2012년 11월에는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내곡동 사저 사건’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 김현웅 법무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서면조사로 한정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구성된 사실관계를 박 대통령에게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 인사 ㄱ씨는 “재벌 총수를 수사할 때와 비슷하지 않겠냐”며 “재벌 총수에게는 세세한 것을 묻지 않는다. 실무진에서 탄탄하게 조사한 부분이 맞는지, 총수가 거짓말을 하는지, 실무진이 거짓말을 하는지 확인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수사한다면 연설문이 최씨에게 전달된 경위와 미르·K스포츠 재단의 기금 모금 등이 집중적인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설문 등 국가기밀 누설 의혹과 관련해서는 정 전 비서관이 출국금지된 상태로 검찰은 다음주쯤 그를 소환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사과에서 연설문이 최씨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검찰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를 정 전 비서관에게 직접 지시했는지가 핵심 조사 대상이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부탁을 받고 안 전 수석에게 재단 기금 모금을 지시한 것인지 등도 반드시 규명돼야 할 의혹이다.

또한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25일 청와대에서 일부 대기업 총수를 따로 독대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이 과정에 기금 모금 관련 압력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와 관련,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두 재단 및 최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K의 일부 구체적인 사업 내용까지 챙겨봤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재단 모금 과정에 일정 부분 관여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인간적인 친분관계였는지, 친분을 넘어 직무와 관련된 부분까지 공유하는 관계였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 검찰은 가령 ‘최씨가 주말에 청와대로 자주 와서 식사를 한 것이 맞나요’ 등 세간의 의혹을 박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법조계 인사 ㄴ씨는 “두 사람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이 사건을 통해 국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도 두 사람 모두에게 서로에 대한 생각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현재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분출되는 사퇴 주장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 ㄷ씨는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면 우병우 전 민정수석 건과 마찬가지로 조사 전 대통령 사퇴가 필요하다는 논란이 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초 “대통령은 형사소추(기소) 대상이 아니다”라며 애매한 선을 그었던 검찰도 이미 3일부터 수사 가능성을 열기 시작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조사가 불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수사를 해야 할 검찰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김경학·이지선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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