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박, 더 이상 쓸 사람 없었나…‘올드보이’로 자리 메우기 급급

2016.11.03 22:37 입력 2016.11.03 22:43 수정

새 비서실장에 ‘동교동계’ 한광옥…정무수석에 허원제

존재감 미미한 인물…“적임자 못 찾고 ‘마이웨이’ 인사”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허원제 신임 정무수석(오른쪽)이 3일 임명 발표 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인사하기 위해 춘추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허원제 신임 정무수석(오른쪽)이 3일 임명 발표 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인사하기 위해 춘추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74), 정무수석에 허원제 전 의원(65)을 임명했다. 전날 ‘기습 개각’에 이어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 수습을 위한 청와대·내각 개편의 큰 그림을 외견상 마무리한 것이다.

하지만 존재감 없는 ‘올드 보이’의 기용을 두고, 인력난만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난국을 수습할 적임자를 찾지 못했음에도 국정공백이 장기화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빈자리를 메우는 데 급급한 ‘땜빵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출신인 한광옥 실장은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을 지냈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여권으로 옮겼다. 정권·진영을 바꿔가며 17년 만에 비서실장에 컴백한 것이다.

한 실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국민이 분노하고 있고 불신이 팽배해 있는 그런 사회적 상황”이라며 “정국을 수습하고 대통령께서 민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내 일”이라고 밝혔다.

허원제 수석은 언론인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친박계 핵심이 아닌 ‘올드 친박’으로 여겨지며, 19대 총선 때 부산진갑 새누리당 경선에서 떨어졌다. 방통위 상임위원 재직 중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도, 방통위 의결에 참여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치권은 ‘국정수습은커녕 자리 메우기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혹평했다. 청와대는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에 이어 동교동계 출신인 한 실장 기용을 부각시키면서 ‘국민통합’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 실장은 야권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고 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그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임명한 후 사실상 방치했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어야 하는 자리인데, 박 대통령과 심리적 거리가 먼 한 실장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허 수석은 18대 국회 이후 오랫동안 원외에 머물러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이후 직책이 없는 허 수석에게 자리를 마련해준 수준”이라고 했다. 허 수석이 초선 의원만 한 데다, 박요찬 정무비서관도 원외 인사여서 청와대 정무라인이 제대로 기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다 보니 사정 당국에 대해 영향력을 가진 최재경 민정수석이 ‘왕수석’ 노릇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 수석이 김기춘 전 실장과 가까운 만큼 김 전 실장 입김이 국정에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대통령이 ‘마이웨이 국정’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날 야당과 협의 없이 개각을 발표해 여당에서조차 반발을 샀던 박 대통령이 하루 만에 청와대 개편을 실시한 게 그 증거라는 것이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박 대통령이 또다시 국면전환용 인사로 성난 민심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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