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한 가슴의 고드름은 안 녹는다

2018.02.19 20:43 입력 2018.02.19 20:45 수정

그늘에 굳은 잔설을 퍼다 볕 드는 화단에 부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니 그새 다 녹아 흙바닥을 푹 적셨더군요. 절기를 셈하니 어느덧 눈이 비 되고 얼음이 물 되는 우수(雨水) 언저리입니다. 추위로 꽁꽁 얼었던 것들이 봄을 느끼고 훈풍 따라 하나 둘 풀리며 삶의 시간도 흐릅니다.

사람도 세상 만물의 하나인지라 봄이 온 것을 몸이 알고 마음이 압니다. 기지개 켜며 겨우내 닫아두었던 모든 문들을 활짝 엽니다. 이렇게 새봄을 맞이할 때 딱 한 사람에게만큼은 봄이 결코 오지 않습니다. 겨울바람만 고집스레 마주하고 돌아서, 얼어버린 제 심장을 녹일 마음이 결단코 없는 사람 말입니다. 차고 매서운 시선을 상대의 뒤통수에 꽂고 내민 손 뿌리치며, 사과도 중재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네 탓이다, 네가 이렇게 만들었다, 내가 절대 풀 것 같아, 너도 나처럼 힘들어 봐, 하는.

‘미련한 놈 가슴의 고드름은 안 녹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못난 사람이 앙심을 품으면 아주 오래 간다는 말이지요. 속 좁은 사람일수록 얼음장 같은 앙심을 두고두고 꾹꾹 쌓아두는 법입니다. 차갑고 단단한 얼음, 고드름은 거기에 날카로운 창끝까지 더합니다. 마음의 고드름은 녹다 흐르다 언 것이 아닙니다. 품은 얼음덩이를 사나운 끌로 벼르고 깎아 만든 창입니다. 창끝이 뾰족해질수록 품은 자신만 더 찔리겠지만, 미련하게도 자해가 앙갚음이라 믿고 추운 동굴에서 홀로 버팁니다. 분한 마음이 들 때마다 냉기를 더하고 나날이 가시와 뿔을 돋우면서요. 조개처럼 이 악문 그 마음, 스스로가 아니면 과연 누가 열 수 있을까요?

얼음장이 녹아야 관계의 강물로 녹아들 수 있습니다. 나만 겨울인 거 알잖습니까. 미련 말고 해빙(解氷)합시다. 이제 깃 내리고 단추 하나쯤 풀어도 좋을 날입니다. 고드름은 뾰족한 끝부터 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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