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 아니면 사귀지 말라

2018.03.05 21:04 입력 2018.03.05 21:05 수정

친구의 옛말이 붕우(朋友)입니다. 여기서 ‘붕’은 붕당(朋黨)처럼 뜻[志]으로 함께하는 벗을 말하고, ‘우’는 우정(友情)처럼 마음[情]으로 사귄 벗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붕우가 들어가는 유명한 말이 붕우유신(朋友有信)입니다. 한뜻으로 모였건 마음으로 사귀었건, 벗이란 모름지기 신의(信義)로 맺어져야 한다는 말이죠. 그러나 늘 그렇듯, 그래야 마땅하다는 것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믿었던 사람에게 씁쓸한 일을 안 당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한마음인 줄 알았는데 딴마음이었다거나, 정을 나눈다 생각했는데 정만 챙겨 갔다거나, 그쪽 필요할 때는 알은척이고 이쪽 필요할 때는 본척만척이라든가.

‘물이 아니면 건너지 말고 인정이 아니면 사귀지 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 믿음과 의리가 바탕이 되어야지 잇속을 따져 사귀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필요에 따라 물은 건너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 간다’는 ‘건너다’를 사람 사이에 쓰면 곤란합니다. 그건 사람을 오로지 인맥의 징검다리로만 이용한다는 말이니까요.

어제 저버린 사람, 그 관계망의 징검돌을 또다시 디뎌야 할 날이 언제고 분명 옵니다. 그때야 비로소 그는 끊긴 징검다리 한가운데서 오도카니 볼멘소리를 하겠지요. 하지만 그는 끝내 모를 겁니다. 디디라 내어준 마음을 짓밟고 지나갔단 사실을. 그리고 필경 알게 될 겁니다. 마음의 징검돌이 한 번은 짓밟힐 수 있어도 두 번을 디디게는 안 해줄 거란 사실을. 믿을 신(信)에서 사람 인(人)을 빼고 나면 말[言]뿐입니다. 깊은 정 없이 이해득실 따라 딴말로 사람 사이 건너다니는 그는 붕(朋)도 우(友)도 아닙니다. 언제든 휴대폰에서 지워버리고 또 지워질 수 있는 오다가다 ‘아는 친구’일 뿐입니다. 그가 어쩌면 나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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