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책, 실업률 낮추기가 전부는 아니다

2018.03.18 21:13 입력 2018.03.18 21:14 수정

문재인 정부의 첫 업무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국가재난 수준의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업무도 쉴 틈 없이 진행되었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고 ‘일자리 100일 플랜’을 발표하며 고용 대책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12월에는 청년실업률 9.9%, 체감실업률 22.7%를 기록하고야 말았다. 일자리 100일 플랜의 핵심이었던 공공일자리부문 81만개 창출 정책 때문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 청년들이 경제활동인구로 지표에 잡히기 시작하면서 실업률이 도리어 급증한 듯하다. 그래서 지난 15일에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더욱 유심히 살펴볼 수밖에 없다. 구직자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형식으로 실업 부조를 확대하겠다는 점, 중소기업과 대기업 임금 격차를 해소하려 시도했다는 점,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일하는 청년의 자산형성을 돕겠다는 점, 앞으로도 계속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채용 비리 대비책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겠다는 점 등 이전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NGO 발언대]청년 정책, 실업률 낮추기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몇 가지 방향과 기조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고용 창출에 집중한 나머지 고용안전망 확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 대책이라 함은 새로운 일자리와 더불어 이미 존재하는 일자리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일자리 수가 부족하다면 늘리는 것이 급선무지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포기하며 성취해낼 것이 아니다. 양극화된 일터 속 청년 당사자의 삶에 대한 증언에 귀를 기울여 일터를 바꾸어나가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겨우 취직한 직장이 수당 없는 야근, 예고 없는 특근 등으로 내 삶을 지속가능하지 않게 한다면 그런 일자리는 만들어지나 마나이다.

더군다나 신규 고용지원금 지급, 고용증대 세제 확대와 같이 청년 채용의 역량과 지원을 기업에만 맡기고 있다. 청년을 채용하는 일에 의무를 지우지 않은 채 세제 감면 등의 단기적 보상과 같은 방식으로 고용 창출을 유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간 한정의 혜택을 받기 위해 계약직 청년이 양산될까 우려스럽다. 나아가 일을 하는 청년 당사자가 아닌 기업에만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법은 정책 효용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창업은 산업 육성을 위해 장려되어야 하는 것이지 일자리 대책 방안으로 논의될 수 없다. 2015년 기준 창업 후 3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은 약 3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창업하기 쉬운 환경 이전에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중장기적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 조치를 처방하면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속도가 더디더라도 방향과 토대를 제대로 마련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교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기본법 제정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을 확대해가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실업으로 인해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

이번 대책과 그로 인한 이른 추경 예산이 청년의 삶을 바꾸겠다는 정부의 의지라면 보다 더 확실한 언명을 내리길 바란다. 이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만 청년 정책을 설계하지 않겠다고. 함께할 동료시민으로서의 청년을 위해 노동을 혁신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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