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부추기는 자유학기제

2018.03.19 21:20 입력 2018.03.19 21:21 수정
정주현 | 논술강사

사교육비 문제가 다시 화제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했음에도 사교육비 총액이 늘어난다는 보도는 교육정책의 현실성 문제를 환기시킨다. 특히 정권 교체가 시작된 2016년부터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데에는 권력의 이념적 성향과도 관계가 있다. 과거 진보정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유가 늘어날수록 불안이 증폭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조짐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통계를 보니 중학생 부모가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다. 각종 예체능 활동이 아직 활발하고 교내 자율학습이 없으며, 외고 등 특목고나 과학고와 영재고 등 영재교육 학교 진학을 위해 투자하는 시기다. 여기에 자유학기제의 확산이라는 시사적 원인을 빼놓을 수 없다.

[학교의 안과 밖]사교육 부추기는 자유학기제

지식 위주 교과형 수업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적 학업 능력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자유학기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자유학년제로 확대되고 있다. 학생 주도형 수업 설계에서 시작해 실험이나 토론, 과제 수행이 중심이 된 교육은 유사한 형식으로 고등학교에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다양한 체험을 뒷받침할 사회적 환경이 미흡하면 사교육 의존이 불가피한 데 있다. 앞으로 외고나 자사고는 폐지 수순을 밟더라도 영재 교육 특별법 대상인 과학고나 영재고는 존치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학기제 확대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별도의 지식 습득이나 선행학습을 부채질하고 있다. 의대 입시가 자연계를 넘어 입시 전체를 컨트롤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어 수학이나 과학의 지식 위주 전문 교육에 대한 강력한 욕구는 자유로운 학교에서 채워지지 못한 채 학원에서 해소가 된다. 영재 교육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러한 경향도 심화될 것이다. 그 정도 상위권 학생이 아니더라도 대학 입학은 현실의 문제인 만큼 학교에서 농사를 지어도 수업이 끝나면 국어와 수학을 주입해야 불안에서 벗어난다. 입시라는 상위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학교에서 체험을 늘릴수록 학원에서 객관식 문제를 푸는 역설은 심화될 것이다.

자유학기 내 과제 수행 능력을 위한 사교육 역시 명확히 감지되고 있다. 이는 우선 수업 내용의 질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자유학기제에 대한 만족감은 운영주체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즉 실질적인 운영주체인 학교 선생님에 대한 지원 체계가 약한 지역에서는 수업 내용이 부실해 만족도가 떨어진다. 또한 토론이나 실험 역시 기술적인 능력과 물질적 비용이 많이 요구되는 만큼 부실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지점에서 사교육이 자리를 잡는다. 자유학기제에서 우월성을 확보하려는 의도 역시 사교육 확대로 이어지는데, 여기에는 교육정책 홍보를 위해 우수 과제를 채집하는 교육부(청)의 욕심도 있다. 과정 중심 교육 선전을 위한 그럴싸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런 부분은 자유학기제가 고등학교에서 본격 시행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자유학기제의 과제 수행 능력은 생활기록부에 표기되어 대학 진학의 참고자료가 되므로, 수행평가를 위한 사교육 확대는 뻔히 예상된다. 만약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해 대학 입학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고등학교 자유학기제는 학교에서 놀다 학원에서 몰입형 수업을 받는 쭉정이 학기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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