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기술화, ‘본방사수’는 전설로

2018.03.22 20:55 입력 2018.03.22 21:07 수정

[한창완의 문화로 내일만들기]상상력의 기술화, ‘본방사수’는 전설로

초등학교 시절, 오후 5시만 되면 동네에서 뛰어놀다가도 TV애니메이션을 보러 집으로 돌아왔었다.

어른이 되고 알게 된 사실, 대부분이 일본산 수입 애니메이션이었지만, 당시로서는 꼭 챙겨봐야 하는 본방사수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동네에는 아이들이 놀지 않는다. 여전히 지상파에서는 오후 4시부터 TV애니메이션을 방영하지만 뛰어들어와 본방사수 해주는 충성도 높은 시청자는 이제 더 이상 없다. 그 아이들은 이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들어야 하고 학원가에서 편의점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사교육이라는 부모설계 프로그램에 방어적으로 적응하며 살아간다.

시청자 없는 애니메이션이니 지상파에 방영돼도 캐릭터 상품이 인지도를 얻기 힘든 상황이다. 유아와 취학 전 아동들은 대개 유튜브와 같은 OTT에서 짤방 애니메이션을 보고, IPTV에서 VOD로 구매한 율동 및 동요 애니메이션을 부모의 스마트기기로 시청하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 플랫폼 환경이 변한 것이 아니고 소비자들의 기호와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

콘텐츠를 선택해서 즐겨보는 시청자들의 소비동선에 플랫폼이 끼어드는 형국이다. 이제는 플랫폼이 집을 짓고 임대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집을 짓고 그 집이 모여 있는 곳에 시청자들이 찾아간다. 마치 자율이동체로 자동차 운송수단이 바뀌게 되면 자동차보험의 형태가 완전히 전환되어야 하듯 플랫폼과 콘텐츠의 기술적 환경은 공감의 아이디어를 재현해주는 수준이 아니라, 꿈 같은 상상을 실시간으로 실현시키는 역동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웹툰작가가 매번 그리는 캐릭터와 배경 등의 데생 과정을 빅데이터로 분석해서 초기 데생선이 그어지는 순간 그림이 자동적으로 완성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허밍으로 새로운 음악을 흥얼거리면 음표와 악보가 그려지는 프로그램도 상용화되었다. 상상력의 기술화는 이제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간극을 붕괴시키고 유통이라는 중간단계의 의미를 새롭게 개념화한다.

뇌연구와 신경과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잭 갤런티 박사의 실험에 의하면 가까운 미래는 더 기대가 되면서도 두려운 수준이다. 폭발적인 기업들의 연구자금 지원을 얻고 있는 잭 갤런티 박사는 실험을 통해 콘텐츠의 생태계를 다른 층위로 새롭게 쓰려고 한다.

실험자에게 영화를 보여주면서 기능(Functional) MRI로 그의 뇌가 각각의 정보를 인식하는 부위와 과정을 저장하는 실험이다. 이는 곧 등장인물의 형태와 색상, 동작과 배경 등을 인식하는 수순과 정보 등을 뇌의 어떤 부분이 어떤 과정으로 인식하는지 도식화시키면, 이후 실험자의 귀가 이후 다시 역으로 개인정보의 뇌인식 공식을 적용, 그 영화를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이 지금은 초기 단계지만 딥러닝을 통해 계속 기술진화를 하게 된다면 인공지능의 혁신과정에서 우리는 어젯밤에 꾸었던 꿈을 아침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된다. 내가 되고 싶은 슈퍼히어로의 상상을 저녁 내내 하면서 잠이 들어, 악당을 혼내주고 사람들을 구해내는 멋진 슈퍼히어로가 되는 영화 속 주인공으로 꿈을 꾸고, 그 영화 같은 꿈을 다음날 볼 수 있는 세상, 이제 콘텐츠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전혀 다른 층위의 생태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모두가 콘텐츠를 만들며 실시간으로 모두가 소비하는 세상, 상상만 하면 이제 모두가 현실이 되는 기술의 혁신,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기술 환경은 ‘고정관념’이라는 단어조차 ‘본방사수’처럼 전설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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