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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과 경제민주화

2018.03.25 21:21 입력 2018.03.25 21:23 수정

청와대는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헌법 개정안 전문을 공개했다. 헌법이 담고 있는 모든 가치가 다 중요하지만, 경제 분야만 보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형국’이 벌어졌다. 경제 분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공개념과 경제민주화 개헌안을 두고 한 말이다.

[NGO 발언대] 토지공개념과 경제민주화

우선 현행 헌법 조문에 미약하지만 규정되고 있었던 토지공개념에 대해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개헌안 128조 2항에 추가적으로 명시했다. 이로써 불명확했던 개념이 보다 명확하게 규정됐다. 따라서 이 조항이 받아들여진다면, 부동산 규제에 대한 위헌 논란이 대다수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을 이용한 투기와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토지의 공공성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환영받을 만한 사안이다.

반면에 경제민주화 개헌안을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와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내용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현행 헌법 제119조 2항은 경제민주화를 떠받치는 핵심적 내용이 빠져있고, 의미도 다소 추상적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도 소극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자문위원회와 시민사회에서는 경제민주화의 의미가 보다 명확히 나타나도록 논의를 하여, 개정안을 제시하였다. 자문위원회의 안은 “국가는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며, 여러 경제주체의 참여, 상생 및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강화된 내용을 담았다. ‘경제의 민주화’라는 표현을 조항 전면에 배치하고, 재벌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력 집중 방지의 명시, 국가의 책무를 ‘하여야 한다’라는 문구로 수정함은 물론 조화 외에 참여와 상생을 추가함으로써 의미를 보다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지지도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은 단지 현행 조항에 ‘상생’이란 단어만 하나 추가하고, 별도 조항에 사회적 경제와 소상공인 육성 부문을 담는 데 그쳤다.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문이 강화된다고 하여,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가 당장 바뀌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던 가운데 SBS에서는 삼성 에버랜드 땅값이 경영권 승계에 활용된 의혹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보도되었다. 재벌과 땅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토지공개념은 긍정적이다. 재벌들은 땅을 제외하고도 정경유착, 문어발식 확장과 중소기업들 쥐어짜기,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불공정 경쟁을 통해 더욱 경제력을 키워왔다. 이제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서 우리나라 곳곳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커질 대로 커진 덩치와 땅 이외의 불공정한 방법으로 더욱 집중될 경제력을 방지하지 않고는 경제주체들의 상생은 어렵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된 만큼, 나머지 과제는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도 조속히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 국민들이 요구했던 경제민주화의 의미가 보다 분명해지는 개헌안으로 보완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대통령과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의지를 토지공개념을 통해 보여줬다면, 재벌개혁 정책에 대한 의지는 어디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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