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기다린다고 ‘청년의 봄’ 올까

2018.03.26 21:03 입력 2018.03.26 21:04 수정
박용채 논설위원

다짜고짜 일자리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열었다. 일자리 상황이 좀체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실마리라도 찾아보자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머리 뉴스로는 지난 15일 있었던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 영상이 걸려 있다. 아래에는 일자리대책 보도자료가 게재돼 있다. 26일 오전 현재 조회수는 1255건. 일자리 상황판에는 2월 기준 고용률, 실업률 등이 올라와 있고, 대통령이 매일 점검한다는 글도 쓰여 있다. 일자리 신문고의 ‘토론의 장’에는 1월1일부터 3월26일까지 기간 중 총 38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사회적 현안에 뜨겁게 달궈지는 청와대 게시판과는 판이한 분위기이다.

[박용채 칼럼]3년 기다린다고 ‘청년의 봄’ 올까

15일로 되돌아가보자. 당시 관계부처 합동·일자리위원회가 내놓은 청년일자리대책은 ‘중소기업에 가면 1천만원을 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4조원의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실업의 근원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취업자 간 소득격차에 있고, 향후 3~4년간 에코세대가 추가로 쏟아져 나오면 취업난이 더 심해지는 만큼 임시적이라도 숨 쉴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1년까지 18만~22만명의 추가 고용이 창출되고, 청년실업률도 8%대로 낮춰진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3년만 기다리면 청년들에게 봄은 올까. 일각에서는 돈을 쏟아붓기 전에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완화, 감세 등 기업하기 좋은 풍토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동안 이 같은 경제 운용 방식으로 양극화만 심해지고 노동자들의 삶이 더 고단해진 점을 감안하면 이런 관점 자체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따지고 보면 청년들이 수없는 고배를 감수하고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등 안정적 일자리에 매달리는 것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잘못 들어섰다가는 삶 자체가 일그러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20대 인구의 변동률이 청년실업률을 더 밀어올릴 것이라는 정부 판단에 대한 신뢰성은 제쳐놓더라도 체감실업률이 20%를 넘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은 필요하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되풀이되는 행사이다. 하지만 늘 결과는 없다. 기업들은 어차피 뽑아야 할 인력을 뽑으면서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뿐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은 당연하다.

이번에는 다를까. 정부는 청년 대책을 위해 전국을 돌며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실제 청년들의 구직활동 지원금을 늘리고, 대상에 지역청년들을 포함시킨 것들은 진일보한 대책이다. 그렇다고 박수 칠 일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도 청년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소기업의 만족도는 지극히 낮다. 중소기업 사회에서 최고경영자는 주인이고, 직원은 마름이라는 것이 보편화된 인식이다. 까라면 까는 군대식 문화를 강요하고, 복리후생은 없으며, 근로기준법 위반은 밥 먹듯 하고, 아이를 가지면 퇴직부터 강요하는 그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갈 리 없다.

‘요즘 청년들은 힘든 일을 싫어해’라고 말하는 그들의 인식은 기회의 평등이나 공정함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인식과도 판이하다. 이런 물음에는 답하지 못한 채 돈 몇 푼 쥐여주면 중소기업을 찾을 것이라는 정부의 인식은 안일하다. 출발선이 다른 청년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어주는 일 말고 우선할 일은 없다. 헛짚으면 출산율을 높인다며 지난 10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도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이 멀어진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구조적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모호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발전 속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다. 과거 산업혁명 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은 다른 고용창출로 대체됐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고용파괴가 커질 것은 분명하다. 고용절벽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는 주장은 차고넘친다. 결국 3년 뒤 봄은커녕 더 추운 겨울이 지속될 수 있다.

다시 문재인 정부 초기로 돌아가보자.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 로드맵을 통해 연도별 이행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대통령을 대신해 일자리 운용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이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의 부작용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크다. 일자리위원회의 목표는 ‘양은 늘리고, 질은 높이고, 격차는 줄인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약 1호가 공약실패 1호로 뒤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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