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척하고 싶은 아이들

2018.03.26 21:10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딴짓하는 행위를 지적할 때 “왜 나만 갖고 그래요?” “그런 적 없는데요” 하고 대꾸를 하는 학생이 종종 있다. 이른바 센 척하기다. 센 척하는 학생은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교사가 정당하게 학생의 잘못을 지도할 때도 일단 버틴다. 학생에게 수업이 흥미롭지 않은 경우를 예외로 하고, 대부분은 교사와 기싸움을 하고자 함이다. 다른 학생들이 자기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수업시간은 센 척하는 학생이 주인공인 인정투쟁의 장이 된다.

[학교의 안과 밖]센 척하고 싶은 아이들

센 척하기는 친구관계에서도 나타난다. 10대 학생들은 친구집단 속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그래서 친구집단에서 홀로 떨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다. 중학생이 된 자녀가 갑자기 화장이 진해지거나 욕을 심하게 한다면 친구들과 다르게 보이는 게 싫거나 약해 보이는 게 싫어서다. 친구집단 안에서도 집단의 중심인 친구와의 관계를 놓고 자리경쟁이 있다. 믿음이 약한 친구관계에서 오해가 생기면 쉽게 멀어진다. 이런 갈등이 생기면 서로 대화로 풀려는 용기를 내야 하지만 그 용기를 내기 전에 담을 쌓고 공격한다. 여러 친구집단 간 우정을 과시하기 위한 그릇된 경쟁이 있다. 익명으로 하는 SNS뿐만 아니라 실명을 쓰는 SNS를 이용해서 대상을 정해 저격글을 올린다. 저격 대상이 자신에게 잘못한 게 없어도 친구를 편들기 위해 경쟁적으로 다른 학생에게 욕설을 쓰고 비방을 하며 센 척을 한다.

센 척하기는 자기과시욕이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이 행동에는 공적인 시간과 공간에 대한 존중과 남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술이 부족해서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럼 학교나 가정에서 할 첫 번째 일은 사회적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친구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상황을 직면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리를 만든다. 용기를 내지 못하면 교사나 학부모가 도와줘서 해결 자리를 만든다. 보다 근본적으로 민주시민으로서 자질과 공동체 의식을 경험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생활 속 민주시민으로서 경험을 갖기 위해 학생들이 학급과 학년에서 지킬 공동체 생활협약을 스스로 만들어볼 수 있다. 좁게는 학급이라는 공적인 시간과 공간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넓게는 학년과 학교공동체를 존중하는 것으로 확장한다. 자신과 모두의 배움을 위해 수업시간에 지켜야 할 것과 배려하는 생활습관과 권리를 존중하고 함께 책임을 지는 약속을 정한다. 교사들도 중요시하는 가치를 제안한다. 예컨대, 경청하기, 협력하기, 질문하기, 독점하지 않기, 따돌리지 않기 등이다. 바탕이 되는 교육목표는 인권의식과 평화감수성이다. 남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과정은 단순하다. 학급회의에서 브레인스토밍하며 의견을 수렴한다. 학급의견을 모아서 학급회장회의를 열어 학년생활협약안을 조율한다. 두발이나 피어싱같이 개인의 외모에 관한 것은 학생 간이나 교사 간 생각차가 커서 찬찬히 토론을 통해 풀어간다. 과정이 담은 교육적 의미가 크고 작고는 구성원이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생활협약이 완성되면 사안이 생길 때 협약을 공론화하여 논의하고 스스로 협약을 지키고 있는지 주기별로 점검한다. 학생이 성장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동반자로서 교사의 약속과 학부모의 약속도 함께해야 더욱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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