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상처에 진실의 새살 돋는다

2018.03.29 21:09 입력 2018.03.29 21:19 수정

70주년 기념 전시 잇따라

현대사에서 왜곡·은폐된 비극

작품·유품·강연·사료로 환기

한국의 보편적 문제로 이슈화

‘잠들지 않는 남도’전과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전은 4·3의 실체와 의미를 되짚는 전시다. 위부터 김현주의 3채널 영상설치 ‘내 귓속에 묻힌 묘지들’(성북), 김영화의 설치 ‘얽히다’(루프), 박경훈의 판화 ‘죽창’(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주4·3 70주년기념위원회·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잠들지 않는 남도’전과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전은 4·3의 실체와 의미를 되짚는 전시다. 위부터 김현주의 3채널 영상설치 ‘내 귓속에 묻힌 묘지들’(성북), 김영화의 설치 ‘얽히다’(루프), 박경훈의 판화 ‘죽창’(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주4·3 70주년기념위원회·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제주 4·3 70주년을 기념하는 두 전시 ‘잠들지 않는 남도’전과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전은 4·3을 한국의 역사, 한국의 보편 문제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31일 개막하는 ‘잠들지 않는 남도’전(4월29일까지·서울 6개 공간)은 “현대사에서 왜곡·은폐된 4·3의 실체·의미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환기”하고, “4·3의 특수 상황을 대한민국 역사의 보편 문제로 확장해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전시다.

이들 전시는 70주년 기념 네트워크 프로젝트다. 제주 4·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주최·제주도립미술관 주관의 프로젝트엔 공간41, 대안공간 루프, 성북예술창작터, 성북예술가압장, 이한열기념관, d/p 등 서울 문화 공간 6곳이 참여했다. 34명의 작품 54점을 전시한다. 공간들은 각각 강연·학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대안공간 루프의 전시는 첨예하다. ‘1948, 27719, 1457, 14028, 2018.’ 전시 제목에서 4·3 발생연도인 ‘1948’과 올해 ‘2018’ 사이 ‘27719’ ‘1457’ ‘14028’은 각각 1950년 4월 제주도지사의 발표, 1960년 6월 자진 신고를 바탕으로 한 국회 기록, 2000년 유족 신고로 기록한 제주 4·3 자료집에 나온 사망자 수다. 은폐·축소된 사망자 수 문제를 환기한다.

전시는 통계 너머 죽음의 의미를 묻는다. 양지윤 디렉터는 공산주의자들 선동이 일으킨 사건이라는 극우적 왜곡을 비판하면서도 “‘순진하고 죄 없는 양민 학살’이라는 견해도 온전하진 않다”고 말한다. 그는 “(4·3 이전 제주의 민관 총파업, 5·10 선거 거부 등은) 남한에서 거의 유일하다. 그런 맥락에서 4·3 참여자들을 단순히 순진한(무지한) 양민으로만 보는 건 의도와 무관하게 그들에 대한 모욕일 수 있다”고 했다. ‘희생자와 참여 당사자의 주체적 면모와 저항적 의미’를 되새기는 세미나 ‘혁명노트, 메타노이아’(강연자 김규항·4월12일~5월3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를 개최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전에서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불러온 단초인 ‘제주도지구 계엄선포에 관한 건’ 원본이 최초 공개된다.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전에서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불러온 단초인 ‘제주도지구 계엄선포에 관한 건’ 원본이 최초 공개된다.

성북예술창작터·성북예술가압장의 전시 제목은 ‘너븐숭이 유령’이다. 너븐숭이는 4·3 당시 하루 만에 가장 많은 주민이 학살당한 곳이다. 두 공간은 “4·3의 현장으로부터 한반도의 제노사이드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사회적 사건과 그 속에서 개인이 겪은 실존의 문제, 트라우마로 시선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했다. 4월19일엔 현기영 등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한다.

공간41의 ‘잃어버린 말’은 4·3의 문제를 환기하려 노력한 작가와 한반도에서 자행된 또 다른 국가폭력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온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한열기념관의 ‘바람 불어 설운’은 “참혹한 고통의 기억을 예술굿이란 장을 통해 우리가 기억하고 그들이 치유되도록 전개한다”고 했다. d/p의 ‘경계에 선 것들’전은 4·3이 육지로 확산되지 못한 지점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전시다.

30일 개막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 특별전(6월10일까지)은 2003년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기획했다. 국가기록물, 희생자 유품, 예술작품 등 200여점을 전시한다. 해녀항일운동부터 인민위원회의 헤게모니 장악, 4·3 봉기와 대량학살, 살아남은 자의 고통에 관한 4·3 이야기를 기록과 작품으로 엮어낸다.

‘제주도지구 계엄선포에 관한 건’(1948년 11월 공포) 등 국가기록물 원본 9건을 처음 공개한다. 당시 대통령 이승만과 국무위원 전원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 계엄 선포는 강경 진압 작전으로 이어져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생존 희생자들의 유품도 전시한다. ‘무명천 할머니 유품’은 1949년 1월 토벌대 총격에 턱을 잃은 고 진아영 할머니의 턱가리개와 두건이다. 턱의 총상을 가리기 위해 흰 무명천을 두르고 다녔기에 ‘무명천 할머니’라고도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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