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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참정권’ 더 많은 인권 확보의 길

이진희 |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입력 : 2018.04.01 21:31:01 수정 : 2018.04.01 21:32:01

‘청소년 참정권’ 더 많은 인권 확보의 길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6월 민주항쟁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12월16일 직선제를 쟁취하여 대통령을 선출하던 해다.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1노(노태우) 후보를 두고 친구들과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다투고, 후보 슬로건을 외치고, 동네에 1번 찍으라는 돈봉투가 돌고, 누구네 아빠가 선거운동원이라는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애들은 건방지게 그런 얘기 하지 마.” 옆 반 담임은 출석부로 머리를 때리고 손을 들고 있게 했다. 장학사가 방문하는 날엔 어김없이 담임이 짜준 ‘각본’으로 민주적 학급회의 연기를 했다. 허락된 것을 넘어서면 늘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무엇이 두려운 걸까?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선거연령이 만 19세인 나라. 공직선거법 제15조는 만 19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한다. 정당법 제22조에선 정당 발기 및 당원 자격은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만 가능하다. ‘선거연령 하향 4월 통과 촉구 청소년농성단’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지난 3월22일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 촉구 청소년 삭발식을 시작으로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3월31일 농성 10일째를 맞은 집중행동의 날엔 전국 곳곳에서 400여명이 참여했다. 집회에서 청소년농성단 김윤송 단장은 “참정권이 시급한 이유는 정치가 투표소 도장 찍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행복을 결정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삶과 권리를 말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참정권은 인권이고 생존권이다. 비청소년에겐 있지만 청소년에겐 없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를 분리시켰다. 그 분리가 만든 권력 차이가 수많은 폭력을 낳았고 은폐했다”고 외쳤다.

“대든다, 얌전히 해라, 얼굴 예쁜 애는 공부 안 해도 된다, 속옷 착용 강요, 등교할 때마다 치마 길이 자로 재기, 두발규제, 책으로 머리 때리기….” 30일 밤 농성장을 찾은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함께한 ‘청소년과 스쿨 미투 토크’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이은선 상임공동대표가 비판한 학교 현실이다. 학생인권조례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체벌금지를 명시하고 있지만 유무형의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청소년 참정권 운동은 보호와 교육을 명분으로 청소년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했던 제도와 수많은 일상을 알아차리게 해준다. 왜 참정권이 인권일까? 여성이 참정권 쟁취를 위해 목숨을 걸고 왕이 타는 말에 몸을 던지고, 장애인이 참정권을 위해 도로를 점거했던 역사를 기억하자. 참정권 투쟁은 시민의 자격을 분리하고 배제하는 기준과 권력에 도전한다. 선거 공보물엔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미래의 희망이라며 어린이를 안고 웃으며, 청소년과 대화하며 나란히 걷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이미지가 넘쳐난다. 보호와 대변을 자처하지만, 인권과 정치의 주체 자리는 내주지 않는 것이 차별이다. 그러니 “고등학생이면 선거해도 될 만큼 컸지. 어른인 내가 도와야지.” 같은 인정과 동정의 생각은 치우자. ‘비청소년’의 위치와 권력을 돌아보는 것이 연대의 시작일 것이다. 동료시민인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더 많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국회에 선거연령 하향과 정당가입 연령제한 폐지 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4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 6월에 투표할 수 있도록 국회는 게으름 부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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