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원래 그렇다

2018.04.02 21:11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정가를 지불하는 일은 거의 없다. 1원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할인쿠폰을 다운로드하고 적립금을 긁어모은다. 잠시나마 갈등하게 되는 순간은 쇼핑몰이 ‘너의 개인정보를 팔겠느냐’고 물을 때다. ‘보험 견적 알아보고 1000원 쿠폰 받기’ 식의 거래 제안이 가장 흔하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재화든 서비스든 남의 것을 얻으려면 내 것을 내놓아야 한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큰 줄기에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교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얘기다.

[기자칼럼]페이스북은 원래 그렇다

페이스북은 2004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2016년 미 대선 때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위해 무단 활용된 사실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다.

부정적인 뉴스는 신뢰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는 하락했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미국 성인 2878명을 상대로 실시한 호감도 조사를 보면 페이스북 호감지수는 지난해 10월 33점에서 지난달 5점으로 28점 떨어졌다. 같은 기간 아마존과 구글의 호감지수도 각 13점, 12점 하락했지만 페이스북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내놓았으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이들이 보기에 개인정보 유출은 부주의나 실수 탓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원래 그런’ 기업이라 일어난 것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광고주나 연구자들에게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팀 쿡 애플 CEO는 페이스북 수익모델의 본질을 일찌감치 꿰뚫어본 사람 중 하나다. 쿡은 “온라인 서비스가 무료라면 사용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상품인 것”이라고 말해왔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로부터 어떤 비용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광고주들에게 사용자를 판매한다.

이윤 창출은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이므로 페이스북의 사업모델이 특별히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사용자들이 배신감을 호소하며 신뢰를 철회하는 것은 페이스북의 사업 철학과 기업 운영 방식이 일치하지 않아서다.

3일 미국에서 출간되는 저서 <신권력(New Power)>은 이 지점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구권력(Old Power)은 중앙집중화 및 하향식(톱다운) 운영, 신권력은 분권화와 상향식(보텀업) 운영을 특징으로 한다. 저자들은 페이스북에 대해 “신권력이 구권력에 복무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평적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용자들이 만든 창의적 콘텐츠를 페이스북이 수익으로 전환해 중앙집중화된 거대 기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구권력이 되어버린 페이스북이 사용자 이익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은 여타 대기업에 동원할 수 있는 수단과 다르지 않다. 첫째는 정부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기금을 조성한 뒤 주식을 사들여 경영에 개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경영권에 대한 저커버그의 애착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난해 저커버그는 지분 일부를 처분하면서, 자신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결권 없는 주식을 발행하려 했다.

또 다른 방법은 소비자 불매운동일 텐데,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지금도 페이스북에서 아무것도 사고 있지 않으므로 불매운동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용자 자신이 상품이라는 점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상품으로 판매되기를 거부하고 페이스북을 잠시라도 떠나는 것, 이것이 해마다 더 많은 수익을 노리는 페이스북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일 것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지난달 17일 언론 보도 이후 ‘페이스북 삭제’ 운동을 벌였고, 숨어 있던 저커버그를 5일 만에 스포트라이트 아래로 끌어내는 작은 승리를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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