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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도 안 난 것이 날기부터 하려 한다

2018.04.02 21:16 입력 2018.04.02 21:17 수정

어린 새는 깃털 대신 솜털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날개가 달려 있지만 솜털이라 아직은 깃을 칠 수 없습니다. 솜털이 차츰 깃털로 바뀌고 날개 힘까지 충분히 길렀을 때야 비로소 둥지를 박차고 높이 멀리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둥지의 새끼들 가운데도 늦자라서 아직 솜털 남은 녀석이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 꼴로 나도 날겠다고 뒤따라 둥지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아직 역량이 충분치 않은데 감당 못할 욕심을 부린다는 속담, ‘깃털도 안 난 것이 날기부터 하려 한다’의 최후입니다.

비단 새뿐만 아니라 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는 부모한테 가려는 마음만 앞서 뒤뚱뒤뚱 막 뜁니다. 그러다 다리가 걸려 엎어지고 웁니다. 아기 있는 집에서 흔히 보는 광경이죠. 그런 모습에서 나온 속담이 ‘걷기도 전에 뛰려 한다’입니다. 또한 ‘이도 안 난 것이 갈비부터 뜯으려 든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아직 젖니도 안 났으면서 고기 냄새에 끌려 자기도 먹겠다고 손을 댑니다. 이유식도 못 뗀 주제에 갈비 움켜쥔들 뜯기나 하겠습니까? 그저 침이나 잔뜩 묻히고 말겠지요.

이 세 가지 속담 모두 아직 ‘어리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말귀도 못 알아듣는 그들이 아니라 어린애처럼 턱없이 욕심부리는 어른들한테 하는 말입니다. 자기 능력에 맞는 욕심이라면 건강하고 발전적이겠지만, 이 말이 부정적으로 많이 쓰이는 까닭은 그것이 대개 과욕이기 때문입니다. 군침은 도는데 조건과 역량이 부족하니 불법, 편법, 연줄, 뒷길, 한탕에 기댑니다. 남의 깃을 솜털에 꽂고 무모하게 뛰어오릅니다. 잠시는 날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고도를 유지할 힘이 없습니다. 그러니 허황된 날갯짓은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요. 지금 걸음마 단계라면 밑을 보고 한 발, 다음 발 디디며 옳게 걸어가야 합니다. 갈비 욕심에 뛰면 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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