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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블랙리스트, 참혹하고 부끄러운 일…반성할 것” 대국민 사과

2018.04.04 16:43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기관 노릇을 해온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4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대국민·영화계 사과문을 통해 “영진위는 지난 두 정부에서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를 직접 실행한 큰 잘못을 저질렀다. 참혹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영진위는 지난 정부의 영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협조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세훈 전 위원장은 이에 영화인들과 갈등을 빚다 지난해 5월 물러났다. 올해 1월 취임한 오 위원장은 내부 진상 조사 등을 통해 블랙리스트 실행 사례 등을 파악해왔다.

오 위원장은 “영진위는 2009년 당시 각종 지원사업 심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사실상 청와대와 국정원 등 정부 당국의 지침에 따라 지원작 혹은 지원자를 결정하는 편법 심사를 자행했다”며 “이는 2008년 8월 당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에서 주도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에 따라 실행된 조치라는 분석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블랙리스트 지원 배제 사례도 사과했다. 영진위는 ‘2009년 단체 지원사업’에서 촛불시위 참여단체 배제 건을 시작으로,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위탁사업의 공모제 전환과 사업자 선정 과정 부당 개입한 사실이 자체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 <다이빙벨>을 상영한 여러 예술영화전용관과 독립영화전용관들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한 것과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을 절반으로 삭감한 일도 인정했다.

2015년 예술영화 지원사업에서 박찬경 감독은 ‘야권 지지자’ 박찬욱 감독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이송희일 감독과 오멸 감독은 진보성향이라는 이유 등으로 각각 청와대로부터 지원 배제 지시를 받기도 했다. 재일조선인·성미산마을·성소수자·한진중공업·간첩·KT노동자·강정해군기지·일제고사 거부 등의 ‘키워드’와 관련된 작품은 ‘문제영화’로 거론되며 지원을 배제당했다.

현재 문체부의‘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중간 조사 결과 등을 통해 밝혀진 피해 사례는 56건이다. 영진위는 조사가 더 진행되면 피해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후속 조치 마련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위원장은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되지 않은 일도 적지 않고, 재발을 방지 후속조치도 턱없이 미흡하다”며 “앞으로도 미규명 사건에 대해서도 신고와 제보를 받고, 별도 조사를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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