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여,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내라

2018.04.05 21:11 입력 2018.04.05 21:12 수정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건담상.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건담상.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라는 일본 용어가 이제는 외래어처럼 우리에게 익숙해진 세상이 되고 있다. ‘정신적인 문제나 사회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따위로 인하여 사회적인 교류나 활동을 거부한 채 집 안에만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자신의 방에서조차 나오기를 거부하는 30~40대가 캥거루족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도 들린다. 2009년 영화 <김씨표류기>는 이미 이러한 현상을 ‘일상화의 상상’으로 보여주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가 최근 파산절차를 거치고,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도 실적 부진으로 계속 매각설이 나온다. 저출산 등의 사회구조적 이유가 제기되지만, 실상, 유아를 키우는 가정들의 최근 쇼핑행태가 더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토이저러스 키드’로 불리던 이전의 유아와 어린이들은 넓은 오프라인 매장을 뛰어다니며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의 천국에서 부모에게 자녀로서의 권리를 맘껏 주장하던 세대였다. 그러나 요즘 유아와 어린이들은 매일 집으로 배달 오는 택배 아저씨를 산타클로스로 여기는 세대다. 마치 자신에게 선물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행위로 택배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쇼핑은 이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TV홈쇼핑과 PC온라인을 넘어서 모바일 쇼핑으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다. 결국 오프라인 유통망의 새로운 재개념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버지들을 위한 공간, 남성들을 위한 공간이 오프라인에 대형 매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가 운영하는 일렉트로마트는 2015년 6월 1호 매장을 선보인 지 3년 만에 20호점을 오픈하고 2018년 내에 30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가전제품과 드론, 스마트토이, 피겨, 캠팽용품 등을 집적화시킨 실로 남성들의 놀이터다. 이러한 상품에 테슬라와 같은 전기자동차 매장과 할리데이비슨을 필두로 하는 바이크까지, 그리고 자전거 전문매장이 합쳐지면서 아버지들의 주말은 이제 대형 쇼핑몰로 가족을 움직인다.

최근 신규 매장을 개설한 대형서점의 쇼핑몰에는 ‘애니플러스(ANIPLUS)’라는 애니메이션 전문 마니아 매장이 들어섰다. 실로 오타쿠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그곳은 서로 마니아라고 자평하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수집광 욕구를 공유하는 차별화된 공간으로 SNS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용산역과 연계된 백화점 쇼핑몰에는 ‘건담베이스’를 비롯한 일본산 캐릭터 매장이 다양한 상품과 함께 테마파크형 대형 쇼핑공간을 갖추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 스튜디오 대표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는 ‘도토리의 숲’이라는 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등장했으며, <드래곤 볼> 이후 최대 일본 만화 베스트셀러라는 <원피스>도 ‘카페 드 원피스’라는 프랜차이즈로 매장을 늘려가고, 강남에 오픈한 ‘카페 토이스토리’는 키덜트들의 구매 욕구를 실내 인테리어로 자극한다. 국내 고전 캐릭터들의 만물상인 ‘뿔랄라 백화점’도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모이게 한다.

[한창완의 문화로 내일만들기]콘텐츠여,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내라

이제 모바일 쇼핑을 하며 명절연휴에도 혼밥, 혼술로 잠재적 히키코모리가 되어가는 세대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소환장을 내민다. 이렇게 만들어놓아도 나와 보지 않겠냐는 공격적인 호명에 고객들이 움직이고 있다. 일반 고객보다 히키코모리의 습관에 익숙해져 가는 세대공간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변신하고 있다. 그 중심에 콘텐츠가 숨어 있다. 집객효과가 필요하고 ‘객단가’에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오프라인 매장들에 콘텐츠는 필수 불가결한 비상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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