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메신저’끼리 마주앉아 격 높인 실무회담

2018.04.05 22:00 입력 2018.04.05 22:12 수정

일정 하루 늦춰 남 윤건영 실장·북 김창선 부장 참석

김정은 군사분계선 넘는 방식·TV 생중계 문제 등 논의

윤건영 실장

윤건영 실장

남북한은 5일 판문점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경호·의전·보도 분야 실무회담을 개최했다. 회담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방식, 텔레비전 생중계 여부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 없이 연속 4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표단은 회담 종료 후 청와대로 복귀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했다. 남북은 경호·의전·보도 분야 실무회담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양측은 논의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데다 경호상의 이유를 감안해 이날 회담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남측 대표단은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을 단장으로 청와대 조한기 의전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신용욱 경호차장 등이 참석했다. 북측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단장으로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 마원춘 전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김철규 갈마비행장 항공역장 등 의전과 경호 업무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한 회담 참석자는 “성공적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진지하고 꼼꼼하게 진행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4·27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개최된 과거 회담들과 달리 중립지대인 판문점에서 열리는 만큼 경호 문제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리는 회담이라 남측이 북측에 요구할 경호 문제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측 입장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자국 정상이 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가는 만큼 경호와 의전에서 많은 요구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측이 요구한 TV 생중계 문제도 이날 함께 논의됐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분계선을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인사말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장면이라 전 세계에 생중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청와대는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날 회담에는 남북한 정상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실장과 김창선 부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초 남측 대표단에는 김상균 차장과 윤 실장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북측의 요청으로 회담이 4일에서 5일로 연기되는 과정에서 추가됐다. 회담 일정이 연기되면서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의 평양 공연에 동행했다가 3일 밤 귀환한 두 사람도 참석할 수 있게 됐다.

김 차장과 윤 실장은 지난달 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에 포함돼 방북, 김 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이번 예술단 방북에 동행하면서 북측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이어왔다.

특히 윤 실장과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의 김여정 특사 방남 때 맞상대로 처음 만난 뒤 사실상 두 정상 간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창선 부장

김창선 부장

김 부장은 지난 2월10일 김여정 특사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노동당 서기실장’ 직책으로 소개됐으나 이날 회담에는 ‘국무위원회 부장’ 직함으로 나왔다. 북측이 지난 3일 실무회담을 하루 연기하자고 제안한 배경은 윤 실장과 김 부장을 참석시켜 대표단의 위상을 높이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자는 취지에서 격을 높여 이야기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북한은 7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핫라인 개통을 위한 통신 실무회담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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