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왜 이래

벚꽃 위에 흩날리는 눈발, “이상기온 아니예요”

2018.04.08 12:34 입력 2018.04.08 15:13 수정

8일 오전 경남 거창군 거창읍 덕천서원에 쌀쌀한 날씨에 눈이 내리면서 만개한 벚꽃이 눈꽃으로 변해 있다.  | 경남 거창군 제공·연합뉴스

8일 오전 경남 거창군 거창읍 덕천서원에 쌀쌀한 날씨에 눈이 내리면서 만개한 벚꽃이 눈꽃으로 변해 있다. | 경남 거창군 제공·연합뉴스

8일 활짝 핀 벚꽃으로 하얗게 물든 서울 여의도는 봄꽃축제를 즐기는 나들이객으로 붐볐지만, 사람들의 복장은 겨울이었다. 이날 아침 서울 최저기온은 1도까지 떨어졌다. 중·장년층은 단단히 패딩을 입었고, 목도리를 두른 이들도 적지 않았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탓이다.

남부 지방 곳곳에선 새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까지 내려 벚꽃이 ‘눈꽃’으로 변했다. 충북 청주의 부모님 댁을 찾은 직장인 남모씨(31)는 “마당에 하얗게 피어있던 목련이 아침에 모두 갈색으로 변해있었다”며 “4월에 이렇게 추운 건 처음인 것 같다. 며칠 전까지 반팔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상한 날씨”라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4월에 이렇게 추운 건 ‘처음’이 아니며, 봄꽃을 덮친 꽃샘추위도 이상 기온이라 볼 수 없다. 해마다 나타나는 꽃샘 추위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꽃샘추위는 시베리아에서 발달한 찬 고기압의 영향에 따라 봄철에 일시적으로 추워지는 현상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중국 중부나 남쪽의 상하이 쪽으로 움직이면서 덥혀진 뒤 제주도나 일본을 지나갈 때에는 한국에 따뜻한 바람을 보내온다. 이동 속도가 느리면 따뜻한 바람이 유입되는 시간이 길어져 기온이 큰 폭으로 오른다. 하지만 랴오둥반도와 한반도 북쪽을 통해 내려오면 상층의 찬 공기가 덮혀지지 않아 한반도 기온이 확 떨어진다. 이것이 꽃샘추위라 불리는 현상이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날이 따뜻하다가 갑자기 추워지는 것은 이례적인 패턴이 아니며 한국 봄철의 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봄 꽃샘추위는 체감 강도가 유난히 세다. 이유는 3월 기온이 유달리 높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추위가 이례적인 게 아니라, 지난달 ‘봄더위’가 이례적이었다.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8.1도로 평년의 5.5∼6.3도보다 훨씬 높았다. 1973년 관측 이후 평균기온 최고 1위, 최고기온 최고 1위, 최저기온 최고 1위라는 ‘역대급’ 따뜻한 날씨였다. 이 때문에 서울 벚꽃도 지난해보다 나흘, 평년보다는 여드레나 이른 4월2일에 개화했다. 벚꽃이 예년보다 일찍 피었는데 꽃샘추위가 닥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벚꽃 위로 눈발이 흩날리는 진풍경이 펼쳐진 셈이다.

1972년 4월1일 서울 최저기온 -4.3도, 1991년 4월1일 -3.4도 등 4월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때는 여러번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는 “일상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꽃샘추위는 2월 말부터 4월 중”이며 “이 추위의 발생기간은 3월부터 5월까지로 분석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봄날씨가 자꾸 따뜻해지면 기온의 급락폭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체감 상의 꽃샘추위가 더욱 심하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일 오전 벚꽃이 활짝 핀 여의도 윤중로에서 겨울 외투를 입은 시민이 벚꽃 아래를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일 오전 벚꽃이 활짝 핀 여의도 윤중로에서 겨울 외투를 입은 시민이 벚꽃 아래를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9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맑고 봄날씨를 회복한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3도~영상 9도, 낮 최고기온은 13~19도로 예상됐다. 다만 아침 기온이 서울 최저 3도 등 평년보다 낮고 바람도 강해 체감온도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강원 영서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으로 예보됐다. 그 밖의 권역은 ‘보통’이지만 충청·호남·영남은 오전에 ‘나쁨’ 수준으로 짙어질 수 있다고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밝혔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