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이 식탁에 오른다…인천 해안·낙동강 하구 ‘최악 오염’

2018.04.08 22:06 입력 2018.04.08 22:07 수정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 조각의 모습. 사이언스지 제공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 조각의 모습. 사이언스지 제공

지름 5㎜ 미만 입자로 규정

인체 영향은 아직 규명 안돼

비에 섞여 북극까지 내리고

연 3190만톤 자연으로 퍼져

어패류에 섞여 인간도 섭취

시판 생수에서도 발견돼 충격

자연분해 비닐도 위험 경고

인천 앞바다 세계 2위 ‘오명’

바닷물, 물고기, 조개류에 이어 강물, 수돗물, 병에 담긴 생수에 이르기까지 현대 인간 문명의 부산물인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생활 환경에 광범위하게 스며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정의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으나,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름 5㎜ 미만의 입자를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각질제거용 세안제에 든 플라스틱 알갱이부터 기존 합성섬유 의류에서 떨어져나온 먼지, 타이어 같은 플라스틱 제품에서 떨어져나온 알갱이까지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미세먼지나 중금속 같은 기존의 오염물질들과 달리 아직 인체에 끼치는 악영향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미세플라스틱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원인 역시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 한국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세계 상위권

미세플라스틱이 식탁에 오른다…인천 해안·낙동강 하구 ‘최악 오염’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담수와 토양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널리 확산돼 있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환경학자 첼시 로크먼은 “미세플라스틱은 비에 섞여 북극에도 도달하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가 마시는 식수, 작물을 기르는 땅에도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에 주로 해양에 맞춰온 미세플라스틱 연구의 초점을 내륙으로 옮긴 것이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의 80%가 육지에서 비롯되고, 강이 해당 물질을 바다로 옮기는 주요한 통로 역할을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이다. 인간의 영향으로 자연환경에 퍼져나가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연간 3190만t가량으로 추정되며, 연간 해양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약 480만t에서 1270만t에 달한다.

연구진은 곤충, 패류, 물고기, 조류 등 담수를 기반으로 사는 동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나타나고 있으나 이 오염물질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바다에 서식하는 어패류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으며 최종적으로는 인간이 플라스틱을 섭취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고들도 나와 있지만, 알고 보면 ‘미세플라스틱의 먹이사슬’은 더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는 셈이다.

친환경적이라고 여겨져온 물질들 역시 미세플라스틱 오염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독일 바이로이트대 연구진은 유기농 비료에도 1㎏당 150개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들어 있어 소비자들의 식탁에 이를 수 있다고 지난 4일 사이언스어드밴스에 밝혔다. 또한 썩지 않는 기존 비닐에 비해 친환경적으로 불리는 ‘자연분해 비닐’ 역시 자연 상태에서 곤충이 섭취하면서 먹이사슬을 오염시키거나 잘개 쪼개진 입자가 공기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학자 크리스티안 라포르슈는 “한번 자연 상태에 퍼진 플라스틱의 운명을 우린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처럼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높은 나라에서는 미세플라스틱 확산 경로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 지난달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네이처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는 한국의 인천, 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번째, 3번째로 높은 곳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은 영국 북서부 머지강과 어웰강으로 나타났고, 4위는 캐나다 세인트로런스강, 5위는 독일 라인강 지류의 마인강이었다. 1㎡당 평균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1만~10만개 사이인 곳은 머지강과 어웰강, 인천과 경기 해안, 낙동강 하구, 세인트로런스강 등 네 곳뿐이었다. 연구진은 주로 강의 퇴적물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영국 템스강에서는 1㎡당 미세플라스틱이 51만7000개가량 발견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미세플라스틱 농도순으로 9위까지는 서울, 홍콩, 중국 광둥성처럼 고도로 도시화된 곳이 포함된 강변과 해변 지역이었다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식탁에 오른다…인천 해안·낙동강 하구 ‘최악 오염’

■ 인체에 끼치는 영향, 미지의 공포

이처럼 자연 중에 널리 퍼진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세플라스틱의 정확한 확산 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만큼이나 인체 영향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월 이탈리아 시에나대 연구진이 학술지 ‘생태와 진화’에 발표한 논문에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고래나 상어가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해양생물이 입는 타격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악영향 가능성을 심각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지난달 미국 뉴욕주립대 프레도니아 캠퍼스 연구진이 에비앙, 네슬레, 다사니 등 유명 브랜드의 생수병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힌 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분석에 착수하는 계기가 됐다. WHO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유해성 확인을 위한 검증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주립대 연구진은 미국, 브라질, 중국, 인도 등에서 시판되는 생수 25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1ℓ당 평균 10.4개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함유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 생수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은 생수 제조 과정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에서도 아리수, K-WATER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바 있으나 정부는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인간이 만들어낸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미 학계에서 지질시대상 현재를 인류세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지구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류가 번영을 이루고 있는 현재는 지질시대상 신생대 제4기 현세(現世) 또는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른다. 그런데 인류가 이미 플라스틱, 온실가스, 방사성물질 등으로 지구 전체 지질을 변화시키고 있는 만큼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7만9000t가량의 무게로 추정되는 거대한 쓰레기벨트가 형성돼 있으며 이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라는 연구 결과도 지난달 발표된 바 있다. 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에 발표된 비영리 해양연구기관 오션클린업재단의 논문에 따르면 쓰레기벨트에 떠다니고 있는 플라스틱 수는 1조8000억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94%가 0.5~5㎜의 미세플라스틱으로 추정된다. 7만9000t이라는 무게는 기존에 학계에서 추정했던 양의 약 4~16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연구진은 태평양 쓰레기벨트의 10~20%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인해 일본에서 떠내려간 쓰레기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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