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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두환·노태우 같은 ‘정권 말 사면’ 어려울 듯

2018.04.08 22:30

‘공정’ 중시 국민적 정서에

‘사면권 제한’이 시대 흐름

박 재판 장기화 가능성도

박근혜 전 대통령(66)이 지난 6일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후 일각에선 ‘사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이 확정된 후 정권 말에 사면을 받았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박 전 대통령도 문재인 정권 말에 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 상황의 변화, 대통령 사면권 제한 분위기, 박 전 대통령 재판 장기화 등으로 인해 ‘정권 말 사면’은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1997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후 사상 첫 정권교체 분위기 속에서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이뤄졌다. 당시 유력 대선후보였던 김대중·이회창·이인제 후보 모두 이들에 대한 사면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최근 ‘공정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국민정서상 20여년 전처럼 쉽게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은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처벌은 이른바 ‘촛불혁명’을 거친 국민적 단죄 성격이 짙어 수년 내에 사면에 동조하는 여론이 형성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는 시대적 흐름도 박 전 대통령에겐 불리한 조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비리 정치인과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올해 내놓은 개헌안에는 아예 사면권을 내려놓고 중립적인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해 사면을 결정토록 하겠다고 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개헌안도 이 부분은 비슷한 내용이다. 대통령이 결단해 전직 대통령을 풀어주는 식의 사면은 어려워진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의 사면 후 행태도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사면받은 후 자신의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추징금 중 1673억원을 체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펴낸 저서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반란이자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논란을 야기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방대해 재판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도 물리적인 제약 요소다. 형이 확정돼야 사면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은 1심이 끝났지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2016년 4·13 총선 개입에 대한 재판은 지난달에야 첫 공판이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혐의가 20여개인 데다 각각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고, 사건 관련자도 수십명에 이르기 때문에 재판이 길어질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은 1심 재판부가 선고한 벌금 180억원을 내지 못할 경우 최대 3년의 노역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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