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짜증'에서 '조언자'로...인기 얻는 '아저씨 책'

2018.04.09 14:47 입력 2018.04.09 14:53 수정

에세이 <아저씨의 술집> 표지(왼쪽 사진)와 일본 서점의 모습. 아마존재팬 캡쳐.

에세이 <아저씨의 술집> 표지(왼쪽 사진)와 일본 서점의 모습. 아마존재팬 캡쳐.

‘왕짜증’ ‘꾀죄죄’에서 ‘친밀한 조언자’로.

일본에서 ‘아저씨’의 풍부한 인생경험을 담은 에세이나 악전고투하는 일상을 그린 만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주독자층이 아저씨와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20~30대 여성이다. 일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가운데 아저씨의 다양한 삶의 태도를 참고하거나 친밀감을 느끼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간된 <아저씨의 술집>은 여성 구매자의 비율이 60%다. 초판 5000부가 거의 팔려 중쇄를 검토하고 있다. 이 책은 미워할 수 없는 다양한 아저씨의 사례를 30명 가까이 들고 있다. 아저씨를 만날 수 있는 추천 술집도 100곳 이상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구입한 30대의 공무원 여성은 “혼자 술을 마시는 아저씨의 모습은 자신의 방식을 갖고 있는 느낌”이라며 “혼자 멋있게 술을 마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담당 편집자는 “혼자 술을 마시는 젊은 여성이 늘었다. 동세대의 남성보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중년 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파리의 멋진 아저씨>는 지난해 10월 발매돼 발행부수가 2만5000부를 넘었다. 실제 파리의 거리에서 아저씨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묻고, 스케치와 함께 소개했다. 이민과 경제격차 등 심각한 사회문제 외에도 일상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견해를 담았다.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풍부한 생활을 보내고 싶다는 젊은 여성들이 중년 남성으로부터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가 된 게 책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책을 구입한 20대 여성 회사원은 “인생에서 어느 정도 고생도 했고, 경험이 풍부한 아저씨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밝혔다.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그린 만화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에도 출간된 <최강전설 구로사와>는 누계 발행부수가 220만부에 달한다. 목표 없이 막연하게 살던 44세 독신 아저씨가 ‘최강전설’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이다. 같은 작가의 <1일 외출록 반장>도 2017년 6월 출간된 이후 3권이 나온 지금까지 80만부 넘게 팔렸다.

앞서 일본에선 3~4년 전 중년 남성이 재평가되는 움직임이 있었다. 중년 남성에게 고민 등을 상담할 수 있는 ‘아저씨 렌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은행원 출신이나 레게 애호가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아저씨를 최저 1시간 렌탈이 가능한 서비스다.

‘아저씨’는 지금까지 “왠지 싫다” “추레하다”라고 젊은 여성들에게 경원시되는 경향이었지만, 조금씩 인상이 개선되고 있는 모양이다. 마쓰시타 모토코(松下東子) 노무라종합연구소 상임컨설턴트는 “여성의 사회 진출에 동반해 여성은 가정적이어야 한다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남녀의 취미 구별이 없어지는 ‘‘젠더 프리(gender free)’가 침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아저씨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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