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부동산가격 폭락…이미지 손상” “빈민 아파트 표현, 여러 사람에 상처”

2018.04.09 17:29 입력 2018.04.09 23:38 수정

서울 당산동 청년주택 예정지 가보니

반대 주민들 ‘안내문’ 논란…지역이기주의 비판에 제거

“건설 반대 70%…시에 전달”

“인근 부동산가격 폭락…이미지 손상” “빈민 아파트 표현, 여러 사람에 상처”

“남 일이라고 쉽게들 말하는데, 빈민 아파트가 들어와 집값이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2가 ㄱ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빈민 아파트’라고 주장하는 주택은 서울시가 청년들을 위해 도입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다. ㄱ아파트와 청년주택 부지는 약 10m 간격을 두고 붙어 있다. 청년주택 공사가 완료되면 지하 5층~지상 19층 건물 2개 동(전용면적 17~37㎡, 626가구)이 들어서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이에 대한 주민 공람 공고를 마쳤다.

그러자 ㄱ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반대 행동에 나섰다. 이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하이마트 부지 기업형 임대아파트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5평형 빈민 아파트 신축 건’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사진)을 단지 안에 붙였다. 이들은 안내문에서 “우리 아파트 옆 하이마트 부지에 청년임대주택이란 미명하에 70% 이상이 1인 거주인 5평짜리 빈민 아파트를 신축하는 절차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주택이 허가되고 신축될 경우 우리 아파트는 다음과 같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가 밝힌 청년주택의 문제점은 아파트 가격 폭락, 빈민지역 슬럼화로 범죄 및 우범 지역 등 이미지 손상, 아동·청소년 문제, 불량 우범지역화 우려 등이다. 이 같은 상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자 ‘님비(지역이기주의)’ 현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비대위는 문제의 안내문을 모두 철거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이미 주민 중 70%가 청년주택 건설 반대 의견을 밝혔고, 그 결과를 서울시에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청년주택 신축 반대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주택 건설에 반대한다는 주민 이모씨(66)는 “5평에 사람이 사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이런 사업은 어차피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주민이 이 같은 움직임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 ㄴ씨(55)는 “청년주택에 반대하는 사람들 의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빈민 아파트란 표현은 심했다”며 “공고문을 떼면 뭐하냐. 이미 상처 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씨는 “한 친구가 ‘나는 고시원 사는데 그럼 빈민보다 못하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6년 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해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정책을 도입했다. 서울시가 민간 사업자에 용적률 완화,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면 민간 사업자는 공공 및 민간임대주택을 지어 청년층에게 우선 공급하는 식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총 8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청년주택에 대한 반발은 이 동네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용산구 삼각지, 마포구 창천동 등에서 지역 주민 반대로 사업 진행이 늦어져 지난해 목표치였던 1만5000가구 공급을 달성하지 못하고 8000여가구 공급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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