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근혜, 블랙리스트 친전 보고받아”..강요죄 항소심 쟁점될듯

2018.04.09 17:54 입력 2018.04.09 18:01 수정

박근혜 전 대통령(66)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친전 형태로 보고 받았다고 판단했다.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진술이 주요 근거가 됐다. 블랙리스트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로서는 처음으로 직권남용죄 뿐만 아니라 ‘강요죄’도 유죄로 인정해 항소심에서 또 하나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9일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블랙리스트 핵심 문건인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에 대해 “친전 형태로 부속비서관실에 전달된 후 피고인(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의 진술을 댔다. 재판부는 “박 전 수석과 신 전 비서관의 진술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는 점에서 정확히 일치한다”고 했다. 신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와 재판에서 줄곧 “정무수석으로부터 대통령에게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아 (문건을) 대통령 부속실로 보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의 입장은 재판 과정에서 다소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검찰 조사 때는 “대통령 부속실로 e메일을 통해 보고했다”고 진술했지만, 김 전 실장 재판에 나와 갑자기 “대통령 부속실에 보낸 보고 목록을 보니 해당 문건이 들어있지 않다”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박 전 수석은 이후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나와서는 “보고 목록에 있는 것은 전부 e메일로 보낸 것인데 친전 보고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착오를 했던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를 한 게 맞다고 다시 증언을 번복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박 전 수석의 최종 증언이 사실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정무수석으로 근무하면서 피고인(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박 전 수석이 피고인이 출석해있는 법정에서 종전의 진술을 변경하면서까지 허위의 증언을 할만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문건이 작성된 경위와 그 내용의 중요성 등까지 고려해보면 박 전 수석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문건 전달 방법에 대해서는 e메일(신 전 비서관)과 친전(박 전 수석)으로 진술이 엇갈렸지만, 재판부는 친전으로 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봉투에 넣어서 직접 전달했다는 박 전 수석 증언에다가, 예민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송수신 기록이 남는 e메일로 보고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 때문이다. “수석실에서 올라온 것은 전부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제 임의로 보고를 누락한 바는 전혀 없다”는 박 전 대통령 최측근 정호성 전 비서관의 진술까지 감안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문건을 친전 형태로 보고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월9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불러 “건전콘텐츠 관리를 잘하라”, “영화 등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인데 잘못된 영화 등으로 인해 젊은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된다”는 말을 했고, 김기춘 전 실장이 실장주재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한 내용도 예외 없이 보고받았다.

재판부가 블랙리스트 작성·운용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죄와 강요죄를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것은 첫 사례이기도 하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인데, 앞서 김 전 실장 사건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블랙리스트를 운용하라는 지시가 부하직원들에 대한 협박 수준은 아니었다며 직권남용죄만 유죄라고 했었다. 이 부분은 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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