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경찰이 ‘창문 미투’ 여고 조사 나선다는데…

2018.04.10 21:18 입력 2018.04.10 21:19 수정

서울의 한 여고 졸업생들 재학시절 피해 조사·공개

학생들 ‘미투·위드유’ 화답…졸업생들 “미안하고 대견”

교육청 특별감사 등 착수

서울 노원구의 한 여고 교실 창문이 졸업생들의 미투 고발을 응원하기 위해 재학생들이 만들어 붙인 ‘위드유’ 등의 문구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여고 교실 창문이 졸업생들의 미투 고발을 응원하기 위해 재학생들이 만들어 붙인 ‘위드유’ 등의 문구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ㄱ여고 건물 유리창 전체에 붙은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관련 문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이 학교를 거쳐간 졸업생들까지 미투 운동에 나서면서 교육당국과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도대체 이 학교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시작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당시 고교 2학년이던 학생 일부가 담임이던 ㄱ교사로부터 성폭력을 겪거나 친구들이 성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들 중 한 명인 김은희씨(23·가명)는 1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ㄱ교사가 일대일 면담 도중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지고, 교복 재킷을 젖히면서 ‘난 네 속이 궁금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황은혜씨(23·가명)는 “괜히 명찰을 만지면서 가슴 부위를 건드렸다”며 “친구 얼굴에 뽀뽀를 하거나 볼을 깨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엔 신고를 하지 못했다. 황씨는 “저를 포함해 반 친구들이 온라인 교원평가에 성추행 사실을 적어냈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ㄱ교사 면담을 갈 때는 ‘체육복 바지를 입고 가라’ ‘책으로 가슴을 가리라’고 서로 조언해주는 등 우리끼리 (성추행에) 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에서야 폭로에 나섰다. 계기는 후배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했다. 이유리씨(23·가명)는 “ ‘스쿨 미투’가 연이어 터지는 걸 보면서 동창생 단체카톡방에서 폭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졸업생 10여명으로 구성된 ‘○○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됐다. 이들은 졸업생과 재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42명이 교사들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했고 57명이 성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졸업생들이 용기 있게 공론화 활동에 앞장서자, 재학생들은 학교 유리창에 ‘미투’와 ‘위드유’ 문구를 붙여 화답했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6일 이 학교 전교생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지난 9일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2명은 수업 배제 조치됐다.

후배들의 ‘창문 미투’를 본 이씨는 “내가 학교 다닐 때 문제제기를 제대로 했다면 후배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미안하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면서 “후배들이 대견해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오후 이 학교 졸업생 5명을 불러 재학 당시 성폭력 피해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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