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흩날릴 무렵…세월호의 기억과 진실, 새롭게 꽃피다

참사 4년… 그날을 기리다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가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세월호 2018’ 작품전을 연다. 사진은 지난해 ‘세월호 2017’에서 공연한 <검은 입김의 신> 중 한 장면이다. 혜화동 1번지 6기 제공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가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세월호 2018’ 작품전을 연다. 사진은 지난해 ‘세월호 2017’에서 공연한 <검은 입김의 신> 중 한 장면이다. 혜화동 1번지 6기 제공

연극 ▶ 세월호의 시선으로 원작 재해석한 ‘혜화동 1번지’의 신작 주목

영화 ▶ 가상의 섬 소재로 희생자들 진혼, 침몰 원인 캐는 작품들 개봉

방송 ▶ 세월호 세대의 트라우마와 남겨진 이들의 얘기 다룬 다큐 선봬

“세월호로 우리의 세계는 재구성되었습니다.” 연극동인 ‘혜화동 1번지’ 6기 연출가들의 공동 발언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연극과 세상을 보는 시선에 변화를 겪었다는 뜻이다. 2014년 4월16일의 참사 이후, 해마다 ‘세월호’를 주제로 연극제를 진행해온 그들이 4주기를 맞는 올해에도 10편의 신작을 준비했다.

영화와 방송도 관객과 시청자를 기다린다. <지슬>의 오멸 감독은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영화 <눈꺼풀>로 돌아왔다. 배우 정우성이 내레이션을 맡은 <그날, 바다>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배의 위치를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MBC·tbs 등 방송국들도 4주기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대학로의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세월호 2018’이 펼쳐진다. 오는 19일부터 6월24일까지 10주 동안이다. 통산 4번째다. 올해의 특징은 “세월호라는 시선으로 원작을 새롭게 바라보기”라고 할 수 있다. 6기 동인들은 “세월호와 상관없이 오래전에 창작된 희곡, 문학, 철학 텍스트, 악보 등을 ‘세월호’라는 앵글로 바라보면서 재해석하는 작품들”을 이번 무대에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월호라는 역사적 참사가 예술가이자 시민인 우리 각자의 세계관으로 얼마나, 어떻게 내재화됐는지를 스스로 성찰하려는 뜻”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예년에 비해 연극제의 규모도 좀 더 키웠다. 동인 6명 외에 4명의 작·연출가들이 초청돼 역시 신작을 내놓는다. 윤혜진, 송정안, 유수연, 신재 등이다. ‘세월호 2018’의 고주영 프로듀서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이번 작업을 같이할 초청 연출가들이 전부 여성”이라고 말했다.

개막작은 윤혜진이 연출하는 <벡사시옹+제10층>(19~22일)이다. 특이하게도 이 공연은 프랑스의 작곡가 에릭 사티가 1893년 작곡한 <벡사시옹>(Vexations·짜증)을 모티브로 삼았다. 미니멀 음악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곡은 딱 한 쪽짜리 악보의 맨 앞에 ‘이 모티브를 진지하고 부담스러운 자세로 840번 반복하시오’라는 해괴한 지시가 적혀 있다. 고 프로듀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이 흘렀음에도, 진척되지 못하고 반복되기만 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출가 송정안의 <행복한 날들>(26~29일)도 공연된다. 5월로 들어서면 김수정의 <광인일기>(3~6일), 신재훈의 <키스>(10~13일), 송경화의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17~20일), 유수연의 <말테>(24~27일), 백석현의 <한여름 밤의 꿈, 너머>(31일~6월3일)가 차례로 펼쳐진다. 6월에는 구자혜의 <셰익스피어 소네트>(7~10일), 신재의 <배우에 관한 역설>(14~17일), 폐막작으로 전윤환의 <도처의 햄릿>(21~24일)이 공연된다.

입장권은 1인 1만5000원이며 예술인 및 10인 이상 단체는 1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연극동인 ‘혜화동 1번지’는 1994년 기국서, 채승훈 등의 연출가로 1기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0여년간 박근형, 김광보, 양정웅, 이해제, 윤한솔, 이양구 등의 연출가들을 배출했다. 2015년 구성된 6기는 구자혜, 전윤환, 김수정, 송경화, 백석현, 신재훈 등 6명이다.

오멸 감독은 망자를 위해 떡을 찧는 노인에 관한 영화 <눈꺼풀>을 내놨다. 영화에서는 세월호가 간접적으로 언급된다. 영화사 진진 제공

오멸 감독은 망자를 위해 떡을 찧는 노인에 관한 영화 <눈꺼풀>을 내놨다. 영화에서는 세월호가 간접적으로 언급된다.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방송계도 세월호 참사 관련 작품을 내놓았다. 오멸 감독의 <눈꺼풀>은 죽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들른다는 가상의 섬 ‘미륵도’에 사는 한 노인에 관한 내용이다. 노인은 죽은 자들을 위해 절구에 쌀을 빻아 떡을 만든다. 바다에 큰 폭풍이 몰아친 뒤, 교사 한 명과 학생 두 명이 섬에 찾아온다. 노인은 이들을 위해 떡을 준비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쥐 때문에 절구가 부서지고 만다. 설상가상 우물까지 썩어 더는 떡을 만들 수 없게 된다.

<눈꺼풀>에서 세월호 참사는 노인이 듣는 라디오 뉴스로 언급된다. 뉴스 이후 교사와 학생들이 섬으로 찾아왔다는 점에서 이들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임을 추측게 한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였다. 공개 2년여 만에 12일 정식 극장 개봉한다.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그날, 바다>는 세월호 항로를 기록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추적해 세월호 침몰 원인을 알아본다. 세월호 탑승객 증언과 내부 CCTV 기록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짚어본다. 배우 정우성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tbsTV에서는 특집다큐멘터리 4부작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를 방송한다. 지난 9일 세월호 생존학생과 세월호 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어른이 되어’가 1부로 방송됐다. 12일까지 세월호 참사 의미를 묻는 ‘이름에게’, 세월호 참사를 겪은 부모들의 이야기 ‘상실의 궤’, 목포신항의 낮과 밤을 담은 ‘목포의 밤’을 방영한다.

MBC는 <MBC스페셜>을 통해 세월호 참사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2부작을 선보인다. 1부 ‘너를 보내고…416합창단의 노래’에서는 유가족들과 시민들로 이루어진 416합창단의 일상을 담는다. 2부 ‘세월호 잠수사들의 기록 ‘로그북’’에서는 바다에서 고된 사투를 벌였던 잠수사들의 현재 이야기를 전한다. 각각 오는 16일, 23일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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