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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무급 휴직’ 확대한 자구안 제출

2018.04.10 22:52

채권단 요구 고정비 950억 삭감한 ‘노사확약서’도 함께

법정관리 땐 대규모 해고…조합원들, 노사 중재안 수용

산업은행 “원칙적으론 회생절차 돌입…타당성은 검토”

<b>힘없는 출근길</b> 법정관리 갈림길에 서 있는 STX조선해양의 직원들이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회사 정문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힘없는 출근길 법정관리 갈림길에 서 있는 STX조선해양의 직원들이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회사 정문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STX조선해양 노사가 무급휴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자구계획안과 이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노사 합의안은 채권단이 요구한 고정비 950억원 삭감을 금액적으로 맞추면서도 감원 반대를 선언한 노조의 명분을 살려주는 선에서 해법을 도출했다. 향후 산업은행은 자구계획안 등의 세부 내용과 이행 가능성을 검토한 뒤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로써 다시 문제 해결의 공은 STX조선해양 노사에서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STX조선해양 노사는 10일 오후 5시55분 무급휴직과 임금·상여금 삭감, 복지혜택 축소 등을 통해 ‘인건비 75% 절감 효과’를 내는 자구계획안과 이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작성해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당초 최대주주이자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인건비 800억원에 해당하는 생산직 500여명 감축과 이와 별개로 150억원의 고정비 축소를 요구했는데 이런 부분을 감안해 일종의 수정안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앞서 희망퇴직과 아웃소싱을 신청한 144명은 그대로 처리하고 나머지 생산직·사무기술직 노동자 1100여명이 급여조건 후퇴 등을 감내하는 고통분담안을 만들어냈다.

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사측과의 협상 경과를 설명했다. 노조는 생산직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는 대신 향후 5년간 6개월씩 무급휴직을 하는 방안 등을 설명했고 조합원 600여명 대부분은 협상안에 동의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규모 정리해고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차악’인 노사 중재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8일 산업은행이 ‘중견조선소 처리방안’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인원 감축을 요구하자 노조는 강력 반발했다. 그러자 사측은 직영 인력이 협력업체로 이동하면 고용을 3년간 보장하고 임금은 기존의 80%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노조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통한 ‘노조 말살정책’이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사측이 노조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아직 정부와 채권단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산업은행은 자구계획안 제출 마감시한인 9일 자정을 넘겼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회생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법정관리를 실제 신청하는 데 1~2주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사이 자구계획안 등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생산직 695명 가운데 75%인 500여명을 줄이는 방안을 요구했는데 이를 따르지 않고 독자안을 수립해 이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산은은 노사가 제시한 자구계획안 등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될 때만 경영정상화의 일환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얼마나 감축하고 급여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이 됐다”면서도 “채권단이 수용할 정도까지는 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길게 볼 수는 없다”고 밝혀 곧 법정관리 여부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최종 결정이 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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