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청탁에 몸살 앓고도 또…공정위에 기업들 ‘비공식 로비’ 여전

2018.04.11 06:00 입력 2018.04.11 06:01 수정

접촉 제한 대상자 규정 느슨

기업 측선 피해 갈 여지 많아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효성의 행태는 공정위의 중립성 확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정위는 앞서 삼성그룹과 관련된 청탁 사건으로 몸살을 앓은 뒤 제도 개선 작업을 벌였으나, 기업들의 크고 작은 로비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비공식적 로비는 무엇보다 사건 심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모두 해칠 수 있어 문제로 지목된다. 판사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들의 경우 전원회의 등의 공식 절차로 피심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개인적 친분을 매개로 비공식 접촉을 갖고, 특정인의 입장을 더 듣는다면 심결의 형평성에 금이 갈 수 있다.

법조계는 이미 ‘몰래 변론’ 문제로 크게 몸살을 앓은 바 있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검사나 판사에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사건을 좌지우지하는 행태가 지적됐다. 특히 검사나 판사 출신 전관들은 친분이 있던 현직들에게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며 영향력을 미쳤다. 이는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 등에서 논란이 됐으며, 법원은 법정 외 변론을 금지하고 신고센터를 만드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공정위는 로펌에 들어간 전관들과 기업인들을 자주 상대해 법원만큼이나 로비의 유혹이 많다. 관련된 사건도 있었다. 가깝게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 삼성그룹 관계자가 당시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을 찾아가 주식 처분 수를 낮춰달라고 설득했고, 김 전 부위원장은 이 취지대로 하도록 영향력을 끼쳐 논란이 됐다.

공정위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김상조 위원장 취임 뒤 ‘외부인 접촉 시 관리규정’을 제정했다. 하지만 효성 사례에선 이 역시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제도 적용 대상을 대기업 임직원, 법무법인 소속의 공정위 전관 등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공정위 관계자와 인연이 닿는 인사를 로비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제도의 틈이 많다면 공무원들 스스로가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이 같은 적극성도 부족하다. 효성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관계자들 중 내부에 이 내용을 보고한 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한 명은 “기업들이 제도를 회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보고 의무를 적용하면 한이 없을 것”이라며 행정적인 어려움을 먼저 토로했다.

누군가 부적절한 접촉을 보고해도 현재 규정상 기업을 제대로 처벌하기가 힘들다. 변호사가 아닌 인물이 규정돼 있지 않은 방식으로 공정위에 접촉해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경우에 따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같은 처분을 규정에 명시하지 않았으며, 부적절한 접촉이 있어났을 경우 문제의 외부인을 1년간 접촉하지 않게 하는 방안만 마련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로비스트를 활용해 언제든 피해갈 수 있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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