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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공정위 반박 어렵자 ‘사적 접촉’한 듯

2018.04.11 06:00 입력 2018.04.11 06:02 수정

계열사 비틀어 ‘회장 개인회사’ 지원…조현준 개입 정황

검찰 기소로 경영권 승계 차질…그룹 차원 ‘회장 구하기’

[단독]효성, 공정위 반박 어렵자 ‘사적 접촉’한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일 낮 12시 경영난에 처한 조현준 효성 회장의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갤럭시아)를 살리려 효성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 조달을 했다고 발표한 뒤 조 회장의 검찰 고발 결정 사실을 알리자 효성그룹은 즉각 대응했다.

효성그룹은 공정위 발표 직후 자료를 내고 △갤럭시아는 경쟁력을 인정받은 LED 선도기업 △공정위가 문제 삼은 총수익스와프(TRS)는 합리적인 투자 수단 △대주주인 조현준 회장의 사익 편취로 볼 수 없음 △TRS 체결 과정에서 조현준 회장의 지시 관여 없었음 등을 밝히며 공정위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효성의 반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갤럭시아가 ‘경쟁력 있는 LED 선도기업’이라는 효성 측의 주장은 매출액만 따져봐도 사실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갤럭시아의 LED 매출은 2014년 666억원에서 2015년 493억원, 2016년 452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매출구조로 보면 주력 사업도 LED가 아닌 철근 유통이다. 철근 유통 사업은 2014년 매출이 없다가 2015년 237억원, 2016년 469억원으로 늘어났다.

조 회장의 갤럭시아가 효성 계열사를 통해 우회지원을 받을 때 사용된 TRS가 ‘합리적인 투자’라고 밝힌 효성 측 입장도 앞뒤 맥락을 자른 주장이라는 비판이 있다. TRS는 투자자 소유의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을 매도자에게 양도한 뒤 그 대가로 고정수수료를 받는 방식의 금융파생상품의 일종이다.

최근 대기업의 자본조달 수단으로 자주 쓰이고 있다.

문제는 TRS 자체가 아니라 대기업들의 TRS 사용방식에 있다. SK, 한진 등 주요 대기업이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비롯해 각종 공정거래법이 정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TRS라는 상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TRS 거래관계를 뜯어봐야 위법 요소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효성 본사 건물 안으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효성 본사 건물 안으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조 회장이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효성의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갤럭시아는 TRS 체결 과정에서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때 CB는 영구채로 발행돼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편입됐다. 회계상 자본으로 기재돼 갤럭시아의 부채비율은 낮아지고 신용등급은 올라갔다.

공정위 관계자는 “TRS를 통한 계열사 우회지원이 아니었다면 유상증자를 통해 250억원 자금조달을 했어야 한다”며 “유상증자를 하면 조현준 회장의 갤럭시아 지분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조 회장의 지시 관여가 없었다는 효성 측의 주장도 타당성이 부족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사 과정에서 조 회장이 TRS 계약 체결 과정에 개입했다는 진술과 관련 회의에 참여한 증거 등이 나왔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효성 측의 반론은 효성이 공정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 조사 결과가 조 회장에게 불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커지자 공정위 관계자들을 개별 접촉해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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