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기식 금감원장 이대로 직무 수행할 수 있나

2018.04.11 20:51 입력 2018.04.11 20:55 수정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후원금 모금과 정치자금 사용처, 해외 출장 중 유명 관광지 일정에 이르기까지 자고 나면 또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야당은 “김기식 사퇴”를 요구하며 총공세다. 여기엔 범진보로 분류되는 평화당·정의당도 가세하고 있다. 여당은 “과도한 비난과 의혹 제기는 인격살인”이라며 맞서고 있고, 청와대도 ‘해임 불가’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김 원장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개헌과 추가경정예산안, 남북정상회담 등 산적한 현안을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정치권을 멈춰세운 모양새다.

김 원장은 민주당 국회의원 시절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금융권에 대해 깐깐한 잣대로 의정활동을 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인 그는 엄정한 감시자 역할로 ‘금융계의 저승사자’라 불릴 정도였다. 그런 그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연거푸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처신인 게 분명하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까지 남아 있던 관행”이라고 했지만, 이런 잘못된 관행이야말로 청산되어야 할 적폐일 뿐이다. 청와대는 11일 적폐청산 수사 결과를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해 각 부처와 공유한 데 대해 “춘풍추상(春風秋霜·남을 대할 때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의 의미”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작 전 정권 적폐에 대해서는 추상처럼 엄격하면서 자기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점을 새겨야 한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감원장에게는 그 어떤 공직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더욱이 전임 금감원장이 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돼 사퇴한 마당이다. 신임 금감원장은 금융권 채용비리와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 등 현안을 엄중하게 조사하고 금융·재벌개혁도 진두 지휘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자신이 흠결을 안고, 도덕성에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제대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감원장이 석연찮은 논란에 휩싸여 있으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조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당장 그가 무슨 말을 한들 시민들은 어떻게 볼 것이며, 내부에서도 제대로 영(令)이 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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