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리아에 미사일 발사 땐 격추”에 트럼프 “준비나 잘해라”

2018.04.11 21:37 입력 2018.04.11 22:20 수정

지중해로 미 핵추진 항모 이동…트럼프도 페루 출장 취소

유로컨트롤 “72시간 내 공습 가능성”…항공기에 주의 경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오른쪽)와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가 10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손을 잡고 있다. 유엔본부 | EPA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오른쪽)와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가 10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손을 잡고 있다. 유엔본부 | EPA연합뉴스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대응을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태 진상조사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면서 미국의 군사적 대응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 구도도 확연하게 나타났다.

유엔 안보리는 10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제출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모두 부결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상대방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당장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이는 미국·러시아의 기존 입장을 볼 때 사실상 예견됐던 결과다. 결의안이 부결되자 니키 헤일리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시리아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괴물(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비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진상조사를 하기도 전에 유죄로 이미 단정해놓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군사 대응 쪽으로 한발 더 다가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시리아에 떨어지는 모든 미사일을 격추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준비해라, 러시아. 곧 그것들(미사일)이 멋지고 새롭고 ‘영리하게’ 올 테니 말이다”라고 썼다. 이어 “자국 국민들을 죽이고 이를 즐기는 짐승 같은 가스 살인마(아사드 정권)와 파트너가 돼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미사일 발사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알렉산더 자십킨 레바논 주재 러시아 대사가 10일 레바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시리아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를 격추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자십킨의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군 참모총장 명의의 성명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은 본격적인 군사공격 준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관련 대응 조치 감독을 위해 13~14일 페루에서 열리는 미주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13일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시리아 인근에는 미 해군 전력을 배치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미 해군 구축함 도널드쿡호는 시리아 인근의 지중해 동부에 머물고 있다. 또 다른 구축함 포터호도 프랑스 해역을 거쳐 같은 곳으로 이동 중이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인 해리트루먼호도 11일 미국을 떠나 지중해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항공교통 통제기구인 유로컨트롤은 10일 “72시간 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있을 수 있다”며 지중해를 지나는 항공기에 주의 경보를 내렸다.

미국의 일부 동맹국들은 미국과 공동 행보를 취할 분위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동맹국 미국·영국과 함께 전략적·기술적 정보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며칠 내로 결정사항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도 미국과의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

외신들은 미국의 군사 대응이 지난해보다 강력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아사드 정권의 사린가스 살포 의혹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동원해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했지만 당시에도 아사드 정권에는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미국이 이번에도 지난해 수준의 공습에 나설 경우 시리아 정부군 억제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거점을 타격하거나 여러 날 동안 공습을 벌이는 등 지난해보다 더 확장된 공습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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