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요금 원가 자료, 영업 비밀로 보기 어려워…공익적 가치 우선”

2018.04.12 16:53 입력 2018.04.12 21:59 수정

참여연대 “항소심 후 4년”유감

대법원이 12일 이동통신요금의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린 것은 영업비밀이라는 통신사의 주장보다 국민들의 삶에 밀접해 있는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한 공익적 가치가 우선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사건은 참여연대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지만 SK텔레콤은 1심에서, KT·LG유플러스는 항소심 단계에서 정부의 보조참가인으로 관여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참여연대가 청구한 자료들에는 수익구조, 예상매출액, 경영전략, 투자전략 등이 나타나 있다”며 “이는 영업비밀에 해당해 정보가 공개될 경우 경쟁 사업자가 이를 이용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요금 원가 자료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7호에서 비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4년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4부(재판장 성기문 부장판사)는 한국의 이동통신시장은 3개 회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데다 이동통신요금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판부는 “단말기 보조금 등에 관한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 왜곡 등의 부작용과 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동통신이 국민의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에 해당해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독점 내지 과점적 시장에서 공급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비공개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를 언급했다.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모든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며 예외적으로만 비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다. 게다가 요금 자료는 영업상 비밀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하고 국민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동통신서비스의 특징,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할 필요와 공익, 국가의 감독 및 규제 권한이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적극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송이 제기된 뒤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일관되게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도 항소심 판결 이후 대법 선고까지 4년이나 걸린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4세대(4G) LTE 요금제 산정 자료도 정부와 통신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기를 바라고, 만약 공개하지 않으면 다시 공개 청구를 하는 등 후속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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