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 저기는 공짜인데 여기는 왜 돈 받아요?

2018.04.12 18:17 입력 2018.04.12 21:00 수정

혼란 부르는 ‘1회용 쇼핑백’ 정책

환경부담금은 업체 자율로 결정

매장 따라 브랜드 따라 제각각

종이봉투, 저기는 공짜인데 여기는 왜 돈 받아요?

30대 직장인 최씨는 최근 백화점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립스틱을 구매하며 쇼핑백 값으로 100원을 지불했다. 최씨는 “전에는 값을 따로 받지 않았는데 당황스러웠다”며 “집에 와서 확인하니 쇼핑백 밑에 작은 글씨로 ‘반납하면 환불해준다’고 쓰여 있었지만 구입 당시에는 별도의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999년 도입된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유통업체들이 1회용 쇼핑백에 대해 ‘환경부담금’을 받고 있지만 업체마다 들쑥날쑥이라 소비자 혼란이 여전히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재활용쓰레기 대란 이후 유통업체들도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에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확한 지침을 마련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환경부담금을 ‘쇼핑백 값’으로 인식하는 것도 고민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코리아는 최근 랑콤, 입생로랑, 슈에무라 등 소속 브랜드 매장에서 제품 구매 시 쇼핑백을 유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업체 관계자는 “환경부담금 차원에서 백화점에 입점된 로레알코리아 소속 브랜드들은 쇼핑백 유상판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명동 롯데백화점의 헤라를 비롯한 아모레퍼시픽 계열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일반 종이쇼핑백은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06년 종이봉투가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이후 제품 구매 시 종이쇼핑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매장마다 쇼핑백 판매 정책이 다른 이유는 종이봉투 환경부담금 규정을 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1993년 환경법상 종이봉투 무상 배포를 금지했다가 2006년도에 관련 법규가 완화되면서 합성수지 코팅이 되지 않은 종이봉투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면서 “매장에서 종이봉투를 무상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브랜드나 매장에 따라 돈을 받는 규정이 다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백화점 고객센터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종이백을 마트에선 100원을 받는 식이다. 편의점에서는 비닐봉투를 유상판매하는데 그마저도 가게마다 20원에서 50원까지 가격이 제각각이다. ‘환경부담금’ 명목으로 따로 돈을 받는 것은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정부 정책과 소비자 편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업체들은 고충을 호소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봉투값을 받는 이유는 자원절약과 환경보호 취지일 뿐 따로 수익을 내려는 목적은 없다”면서 “다만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에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고 통일된 재활용 폐기물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업체에 자율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소비자 혼란 방지와 효율성 있는 자원보호를 위해서는 일관성, 통일성 있는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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