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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천로역정 | 존 번연

2018.04.12 21:58 입력 2018.04.12 21:59 수정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방황하는 삶의 이정표

[김판석의 내 인생의 책] ⑤ 천로역정 | 존 번연

영국의 우화소설인 <천로역정>의 원제목은 ‘이 세상에서 다가올 저세상에 이르는 순례자의 여정’이다.

저자 존 번연은 당시 국왕(찰스 2세)의 종교박해로 감옥생활을 하면서 이 책을 340년 전인 1678년에 출판했다(그로부터 6년 뒤 추가한 2부에는 주인공의 부인이 남편의 뒤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그는 땜장이의 맏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지만, 세계적인 명작을 남겼다.

이 책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돼 많은 나라에 소개됐다. 중국에는 1850년대에 소개됐고, 한국에는 1895년 캐나다인 제임스 게일이 원산에서 목판으로 출간해 번역소설의 효시가 됐다. 이 책은 동굴에서 잠을 자다 꿈을 꾸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천로역정>은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어휘들이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손에는 책 한 권을 든 채 고향인 멸망의 도시를 떠나며 그의 순례는 시작된다. 도중에 세속 현자, 해석자, 허례와 위선 등을 만나 위험도 맞게 되며,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와 허영의 시장, 마법의 땅 등을 지나 천신만고 끝에 천성에 당도하는 여정이다.

나그네와 같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도 때때로 고뇌하고 방황한다. 대부분 무거운 짐을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어 하면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범한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안개 속의 푯대처럼 방향을 제시해주며 정신을 가다듬게 해주는 책이 <천로역정>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나그네 삶 속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힘겨운 여정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천로역정>을 읽다 보면 삶의 목적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게 되고, 아울러 다가올 세상의 의미를 반추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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