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한국당에 막혀…‘김관홍 잠수사법’ 2년째 국회 표류 중

2018.04.13 16:01 입력 2018.04.13 21:15 수정
김형규 기자

“저희가 간 게, 양심적으로 간 게 죄입니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됩니다.”

고 김관홍 잠수사는 2015년 9월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와 울부짖었다. 그를 포함한 25명의 민간 잠수사들은 세월호 참사 직후 현장에 달려가 약 3개월간 292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심해 잠수 능력이 없는 해경을 대신해 선내 수색을 전담했다. 모두 생업을 팽개치고 온 자원봉사자였다. 1회 잠수 후 최소 12시간 이상 몸을 회복해야 하는 안전수칙을 어기고 물때에 맞춰 하루 4~5번씩 물에 들어갔다. 해경은 “부상당하면 치료비를 책임지겠다”며 무리한 작업을 강요했다.

그러나 해경은 1년도 안돼 치료비 지원을 끊었다. 잠수사 18명이 디스크와 어깨·무릎 등 온몸에 부상을 입었다. 그중 8명은 뼈가 썩어 들어가는 골괴사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과 불면증, 자살 충동 등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도 덮쳤다. 절반에 가까운 잠수사들이 몸이 망가져 잠수 일을 접었다. 일부는 건설 일용직이나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무능한 국가’를 대신해 희생자들을 가족 품에 돌려준 민간 잠수사들을 국가가 배신한 것이다.

생활고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김관홍 잠수사는 2016년 6월17일 심장 쇼크로 숨을 거뒀다. 사흘 뒤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엔 ‘김관홍 잠수사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법안은 현행법이 ‘세월호에 승선했던 사람과 그 가족’으로 한정한 피해자 범위를 민간 잠수사, 자원봉사자, 소방공무원, 참사 당시 단원고 재학생·교직원까지 확대했다. 배상금 지급 신청 제한기한도 없애고, 피해자가 완치될 때까지 육체와 심리 치료 비용을 지원하도록 했다.

김관홍 잠수사법은 발의된 지 2년여가 흐른 지난 2월에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막혀 본회의에 넘어가지 못한 상태다. 지금도 이틀에 한 번씩 신장 투석을 받는 황병주 잠수사(59)는 “세월호 이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사회정의’란 걸 요즘 늘 생각한다”며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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