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남북 정상회담 부정 안돼” 홍준표 “위험한 도박”

2018.04.13 22:15 입력 2018.04.13 22:24 수정

청와대서 80분 첫 단독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단독 회담을 갖고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단독 회담을 갖고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만나 남북관계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야당 대표와 단독회담을 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후 2시30분부터 3시50분까지 1시간20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합의를 내놓지 못한 채 서로 할 말만 하고 헤어졌다.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초당적 협조 요청에 홍 대표가 ‘위험한 도박’이라고 맞서는 등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대화의 대부분은 외교안보 현안에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조언과 대화는 바람직하지만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초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홍 대표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북핵 폐기 회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폐기는 단계적 폐기가 아니라 일괄 폐기가 돼야 한다.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리비아식 폐기가 돼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지금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정상회담이 잘 안될 경우 다음 단계는 무엇이냐. 생각해보면 참으로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한·미동맹을 이완하는 최근 이 정권의 조치도 참 걱정스럽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조처를 해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지금 한·미관계에 이상 없다. 모든 사항이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및 협력 아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마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할 것이 부담돼서 저를 부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올 정도로 (문 대통령이) 그것만 계속 얘기했다”고 말했다.

접대성 해외출장 의혹으로 사퇴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거취도 거론됐다. 홍 대표는 임명 철회를 요구했고, 문 대통령은 경청만 했다. 홍 대표는 또 “현재의 경제 파탄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또 청년실업의 책임이 있는 좌파 경제학자 홍장표 (경제)수석을 해임하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홍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홍 대표는 “MB(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됐으니까 이제 그만해줬으면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나이가 66세인데 24년형을 살고 나오면 90세가 된다. 죽어서 나오란 말이냐. 1년 동안 우리를 적폐세력으로 몰아서 눈뜰 때마다 한 사람씩 잡았으면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치보복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없는 문제다. 청와대나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의 해임이나 개헌 등의 문제는 나의 권한이기 때문에 내가 (홍 대표가 하는) 말씀을 듣지만, 이 문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대통령의 일방적 발의로 개헌 절차가 시작된 것은 우리 헌정사(를 살펴볼 때) 대부분 독재정권 때였다”며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요청하고 “지방출장을 자제하고 6·13 지방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저도 하나 이야기하겠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같은 건 (국회에서) 처리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사안이기 때문에 내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 김 원내대표와 한 번 의논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가 협의체를 상설화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툴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여·야·정 상설 협의체의 활성화를 제안하자 홍 대표는 “그 문제는 지방선거 끝나고 보자”고 했다.

이날 회담은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 후 지시했다고 한병도 정무수석은 밝혔다. 전날 오후 3시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한국당 강효상 대표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을 제의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남북 문제 주제로 회담을 제의했는데, 홍 대표가 국내 정치현안 전반으로 주제를 확대하자고 역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성사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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